지난 3월 25일 오후 5시 54분, 경북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 산 82-2번지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영덕읍 노물리 해안까지 급속히 확산됐다. 최대 풍속 25m/s를 넘는 강풍에 불씨는 약 25km를 불과 3~4시간 만에 훑고 지나가면서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재난 지역은 3월 27일 공식 선포됐다.
산불로 인해 총 1만 6207ha의 임야가 불탔고, 이로 인해 1204세대, 206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중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은 영덕읍(660세대), 지품면(331세대), 축산면(213세대)으로 나타났다.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았다. 이번 산불로 총 10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이 중 사망자는 10명, 부상자는 92명에 달한다. 부상자 중에는 화상(11명), 연기흡입(20명), 기타 질환(61명) 등이 포함됐다. 특히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84세로, 재난에 취약한 고령층의 피해가 집중됐다.
사유시설 피해 역시 전방위적이었다. 전소 또는 전파된 주택만 1100세대를 넘었고, 공장 16개소와 소상공업소 385동이 불탔다. 수산업 분야에서는 선박 35척, 어구 76건, 양식장 어류 32만 마리가 피해를 입었으며, 농업 분야에서도 1000여 농가, 2900여 대의 농기계, 한우·돼지·닭·벌 등 가축 약 9000마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사유시설 피해는 광범위하게 퍼졌다. 주택은 총 1616세대가 피해를 입었고, 이 중 1105세대는 전소되거나 전파 수준의 손실을 입었다. 음식점·소매점 등 소상공업소 385동이 전파됐으며, 공장도 16개소가 피해를 봤다. 수산 분야에선 선박 35척, 어구 76건이 피해를 입었고, 육상양식장 2개소에서 32만 마리의 어류가 피해를 봤다. 농업 분야에선 1,061농가가 피해를 입었고, 농기계 2946대, 가축 9000여 마리(한우·돼지·닭·벌 포함)가 피해를 입었다.
김광렬 영덕군수는 "이번 산불은 의성에서 시작돼 청송, 안동, 영양을 거쳐 영덕까지 번졌다. 피해 면적으로 보면 의성이 가장 넓지만, 주택 피해 규모는 영덕과 안동이 가장 심각했다. 우리 군은 약 1000세대가 주택을 잃었고, 안동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아쉬운 점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시설은 재난구호법상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구조상 주택 중심의 피해만 보상되고, 나머지는 보험에 의지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 "영덕을 휩쓴 화재, 복구 총력"
영덕군은 임시 조립주택을 최대한 빠르게 설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광렬 군수는 "영덕군은 이재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시조립주택을 728세대 규모로 추진했고, 6월 14일까지 697세대 설치를 완료했다. 총 복구비는 약 482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 공공시설 복구에 2526억 원, 사유시설 복구에 1174억 원, 마을 공동체 회복 지원 사업에 1339억 원이 배정됐다. 복구 예산은 국비 80%, 지방비 20%로 구성됐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 전체를 태우고 간 산불이었다"고 강조하며 "산불로 인해 산림 미생물까지 전멸하면서 토양이 무르고 부식돼, 장마철 비가 오면 그대로 토사가 쓸려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주택지 뒤편을 중심으로 피해목을 제거하고, 옹벽을 쌓고, 식생 매트를 깔고 풀씨도 뿌리는 등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응급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장마가 오는 여름에는 산사태와 같은 2차 피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림피해 복구를 위한 응급조치는 이미 시작됐다. 산사태 우려 지역 330개소를 사전 진단해 식생마대 설치 및 물길 조정 등 기본 조치를 마쳤으며, 위험목 제거 사업은 전체 24지구 중 22지구 완료됐다. 항구복구 차원에서는 총 1만 2931ha의 조림사업이 예정돼 있다.
주택 94동이 전소되고 64세대 156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석리 마을은 별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복구가 이뤄진다. '바다와 산이 마주한 계단 위, 다시 이어지는 석리의 공동체'를 모토로, 총 490억 원 규모의 통합 복구계획이 수립됐다.
사업은 네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주거안정 지원(150억 원) △주민공동체 회복(85억 원) △방재도시 인프라 구축(190억 원) △관광기반 조성(65억 원)이다. 심리치유센터, 마을회관 신축, 블루로드 복원,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등이 포함됐다.
◆ 잿더미 위에 피어나는 온기…"사람들이 찾아와야 다시 지역이 살아"
김광렬 영덕군수는 "예전엔 서울에서 가장 멀고 접근이 어려운 오지였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개통과 교통망 확충 덕분에 서울에서도 2시간 반이면 오는 동해안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며 영덕의 변화된 위상을 소개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영덕에는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강구항은 9년 연속 전국 상위 10대 관광지에 이름을 올렸다.
김 군수는 "물론 체류 시간은 짧지만, 강구항 하나만 해도 연 300만 명 이상이 찾습니다. 깨끗한 환경과 해산물 중심의 먹거리,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자연 관광 자원이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불 이후 지역 사회에는 '미안해서 못 간다'는 심리적 위축이 퍼졌고, 실제 관광객 발길도 다소 줄었다. 김 군수는 "지금 이 시점에야말로 관광객의 방문 자체가 가장 큰 응원이 될 수 있다. 고맙게도 최근에는 도의회와 교육청, 각종 위원회들이 지역 방문 행사를 유치해주고 있다. 결국은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야 지역이 숨을 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광렬 영덕군수는 "이번 산불 피해 이후 정말 많은 분들이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고 있다"며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크게 와닿는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원하는 지역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영덕 산불 피해와 관련해선 지정 기부 방식으로 긴급 모금이 진행 중이다.
민간 기부 플랫폼 위기브를 통해 시작된 '경북 영덕 산불 긴급 모금' 캠페인에는 현재까지 약 6550명이 참여했으며, 총 6억 4491만 원이 모였다. 위기브는 위기 상황에 빠진 지역과 기부자를 신속하게 연결해주는 디지털 기부 창구로, 영덕처럼 긴급 대응이 필요한 재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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