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2.50% 유지…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
"수도권 집값 오름세·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영향 살펴봐야"
전문가 "4분기 인하 검토…부동산 안정·대외 변수 해소 전제"
"미국 금리 인하할 때 한은도 움직일 것…연준에 발 맞춰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저성장 우려에도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급등세에 '숨 고르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올해 2월과 5월까지 총 네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리 인하 걸림돌
한은은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목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무역 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면서도 "수도권 주택 가격 오름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고,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8월보다 집값 상승 속도가 빠르다"며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번져나가면 젊은층의 절망감부터 시작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과도한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주택시장의 과열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현재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나머지 위원들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인하 폭은 가계부채 흐름과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신중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기준금리 인하 여지 있으나…
가계부채 안정·미 연준 움직임 주시 중"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으로선 집값이나 가계부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내년까지 금리를 더 내릴 여지는 2차례 정도 남았다고 보고 있다"며 "3분기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4분기에나 인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시장 안정과 대외 변수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8월은 상호관세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고, 집값도 안정화 대책 이후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금리를 낮추면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 회복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금리를 당장 낮출 필요성은 크지 않다. 한국은행도 인하 여부와 시기를 두고 상당히 고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직접 언급했듯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다. 조금씩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면 오히려 통화정책이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집값이 잡히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단계에서 금리를 인하해 시장을 악화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오는 8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추경이 통과된 만큼 정부의 재정 집행 시점에 맞춰 8월에 금리를 내린다면 자금 유입 효과를 도울 수 있다. 다만 전제는 부동산 가격이 뚜렷하게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며 "4분기 추가 인하는 미국 연준의 결정에 달려 있다. 연준이 먼저 금리를 내린다면 우리도 따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은도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내리면 물가상승 압력을 자극하거나, 원화 유출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연준이 올해 최소 한 차례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시점이 올 것이고, 그 즈음에 한은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 교수는 금리 인하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연준의 금리 결정은 경제 여건뿐 아니라 정치 지형,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 시점,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역학 관계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행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발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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