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산청 200㎜…때린 곳 또 때린 폭우, 예측보다 방재 힘 쏟아야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8.04 10:41  수정 2025.08.04 12:59

3일 자정부터 퍼부은 빗줄기에

남부지방 이재민만 2500여 명

지난달 피해지역 또 쏟아진 빗줄기

“재난 방재, 패러다임 전환 필요”

호우특보가 내린 3일 오후 전남 무안군 한 아파트단지 인근 도로가 빗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폭우는 집요했다. 2주 전 때린 곳을 또다시 때렸다. 상처를 미처 치유하기도 전에 또 한 번 고통을 남겼다. 인공지능 힘을 빌려 강우량을 예측했지만,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비를 예측하기보다 피해를 예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 기준 부산과 광주, 충남, 전남, 경북, 경남 등 6개 시도 27개 시군구에서 1836세대 2523명이 일시 대피했다.


3일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내린 비는 전남 무안 289.6㎜, 경남 합천 212.3㎜, 경북 고령 196.5㎜, 전남 담양 196.0㎜다. 무안은 시간당 최대 강수량인 142.1㎜를 기록했다.


지난달 집중 호우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산청군에는 다시 176㎜의 비가 쏟아져 주민 1395명이 대피했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오후 6시 중대본 1단계, 같은 날 오후 11시 중대본 2단계를 발령하고 이번 집중 호우에 대응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경상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집중 호우 등 기상 예측에 인공지능(AI)을 도입, 적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지난 5월 환경부는 ‘여름철 홍수 대책’을 내놓으며 댐 방류, 예상 강우로 인한 홍수 상황을 3차원 가상 세계에 시각적으로 표출하는 ‘댐·하천 가상모형(디지털트윈)’을 시범 도입했다. 하천 주변 사람과 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알리는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도 준비했다.


특히 AI 홍수예보·도시 침수 예보를 강화했다. AI 홍수예보를 바탕으로 홍수특보(홍수주의보·경보) 발령 지점 수를 75곳에서 223곳으로 늘렸다. 기존 시스템을 보완해 예측 지점을 대폭 확대하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홍수 위험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국민이 홍수 위험 상황을 쉽게 알고 위험지역을 벗어나도록 홍수 정보 전파는 확대했다. 그동안 223곳의 홍수특보 지점에 대해 특보 발령 시 안전안내문자(CBS)와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내하던 것을 올해부터 전국 933곳 수위관측소에서 실시간으로 위험이 상황이 인지되면 안전안내문자(CBS) 및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 상황 지역 국민에게 내용을 알린다.



지난달 내 린집중호우로 충남 예산군 삽교읍의 한 비닐하우스가 피해를 입었다. ⓒ 연합뉴스
예측엔 한계, ‘괴물 폭우’ 대응 방재 기준 마련해야


AI 예보에도 비 피해는 이어졌다. 예보 적중률과 관계없이 감당하기 힘든 빗물을 짧은 시간 강하게 쏟아붓는 최근의 강우유형 탓이다. 이른바 ‘괴물폭우’로 불리는 최근 강우는 언제 어디에 얼마나 많은 비를 뿌릴지 가늠하기 힘들다. 정부의 AI 예보나 기존 풍수해 차원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교 교수는 “피해가 많은 중·남부 지역은 예상했던 비의 양이나 여러 가지 인프라, 사람들이 그간 대비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 굉장히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왔다”며 “강우 강도가 예상 범위보다 훨씬 더 강했다는 게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재난 방재에 있어 극한 호우에 특화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 변동성이 커진 만큼 우리도 수시로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직전 5년 치의 데이터를 가지고 매뉴얼을 만들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재난 예방과 대비에 방점을 두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재난 체계가 대응과 복구 중심”이라며 “안전 예산 확보부터 예방, 대비 중심으로 과감히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우정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방재연구실장은 “극한호우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구조적, 비구조적 방법이 있다”며 “우수저류시설을 많이 만들어 확보하는 것이 구조적인 방법이라면 비구조적 방법은 바로 ‘대피’”라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비가 어디서 얼마나 많이 온다고 예측하는 게 참 어려운 상황이지만, 침수로 인한 피해 등을 막으려면 대피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고, 호우 시 행동요령을 익히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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