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속옷, 그게 뭣이 중헌디? [기자수첩-사회]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5.08.06 07:00  수정 2025.08.07 09:34

윤석열과 김건희 특검팀, 때아닌 '속옷 공방'

정치권 일각서 '빤스 수괴' 등 원색적 비난 나와…외신도 보도

정당하게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분명한 잘못

피의자 복장 상세히 공보해야할 이유 있었는지는 의문

윤석열 전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이 때아닌 '속옷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일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과정에서 수의(囚衣)를 벗은 사실이 특검 브리핑을 통해 공개되며 이른바 '속옷 버티기'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자초지종을 살펴보면 특검팀이 먼저 "윤 전 대통령이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언론에 알렸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체포 영장을 집행하러 온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변호인과 상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자체 논의를 하겠다'며 물러났다"며 "이후 너무 더워 잠시 수의를 벗었는데 특검 측이 이때 찾아와 체포에 응할 것을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모포로 신체를 가리며 변호인과 협의를 요청했지만 특검 측은 이를 무시하고 민망한 상황을 촬영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특검은 "수의를 벗은 게 더위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저희들이 보기엔 아니었다. 누운 상태에서 완강하게 저항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탈의에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빤스 수괴'라고 지칭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는 상황이다. 주요 외신에서도 "피의자가 수의도 입지 않고 바닥에 누워 고집스럽게 이를(심문을) 거부했다"(But the suspect stubbornly refused to do so, while lying on the ground, not dressed in a prison uniform·1일 자 로이터), "한국의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심문을 거부했다"(South Korea's Yoon resists questioning by lying in underwear·1일 자 AFP)고 앞다퉈 보도했다.


물론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하게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건 분명한 잘못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이었던 것을 굳이 언론에 공보할 필요가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피의자가 어떤 복장을 하고 있었는지 그렇게까지 상세히 공보해야할 이유가 있었을까. 일각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이유를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윤 전 대통령의 복장 역시 '국민의 알 권리'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찰 개혁'의 명분으로 기틀을 다졌던 '인권보호수사규칙' 제7조(사생활의 비밀 등의 보호)에는 '검사는 수사의 전 과정에서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그들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졌던 이 규칙을 존중했다면 "피의자가 완강히 저항해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됐다" 정도로만 설명해도 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당시 브리핑을 담당했던 특검보도 속옷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너무 선정적으로 흐르는 것 같은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굉장히 엄중한 상황인데 가볍게 비춰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으로 브리핑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특검은 수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윤 전 대통령이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 외에, 특검이 해당 브리핑을 통해 수사에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속옷만 입고 있었는지는 수사에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체포영장 집행이 안 된 이유가 저 사람(윤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하고 싶은 건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인권보호수사규칙과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개인의 내밀한 부분까지 브리핑한다면 (피의자는) 오히려 반발심이 생겨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건희 특검에는 특검보·파견검사·수사관 등 무려 205명이 투입된 상태다. 소요되는 예산은 약 155억원이다. 방대한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는 특검이 윤 전 대통령 측과 '속옷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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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이 똥동개짓을 하는거지. 미친 절라디안
    2025.08.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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