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기만 했던 첼시의 달라진 행보 ‘이적료 수입 전체 1위’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08.22 09:22  수정 2025.08.22 09:23

2022년 구단 인수 당시 무차별적인 선수 영입으로 화제

기존 계약보다 긴 7~8년 장기 계약 맺으며 선수 가치 보전

토드 볼리 첼시 회장 겸 공동 구단주. ⓒ AFP/연합뉴스

‘돈을 쓰기만 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첼시가 최근 2년간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름이적시장이 마무리 되어 가는 가운데 첼시는 이번에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첼시는 23명의 선수들을 영입하며 2억 7965만 유로(약 4555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3억 3968만 유로를 쓴 지난해 리그 우승팀 리버풀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그렇다고 무작정 선수를 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첼시는 팔기도 잘 팔았다. 16명의 선수들을 내보내며 얻은 이적료 수입은 2억 3195만 유로(약 3779억원). 이번 여름이적시장 이적료 수입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첼시의 낯선 행보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 아니다. 첼시는 지난해에도 32명의 선수들을 판매하며 2억 3900만 유로(약 3894억원, 전체 2위)를 벌었다. 당연히 선수 영입 작업에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2억 8190만 유로를 지출했다.


첼시는 2000년대 중반 구단을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오랜 기간 동행하며 팀의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첼시는 ‘돈으로 우승을 산다’라는 비판에 직면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고,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며 다른 클럽들이 지갑을 여는 효과를 불러왔다.


이후 유럽축구시장에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제도가 만들어졌고, 프리미어리그 또한 ‘프리미어리그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정(PSR)’을 통해 막무가내로 돈을 쓸 수 없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선 볼리 구단주. ⓒ AP=뉴시스

첼시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물러났고 미국의 스포츠 사업가 토드 볼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컨소시엄이 구단을 인수했다.


볼리 회장은 첼시 지휘봉을 잡은 뒤 매우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다. 특히 선수 영입 및 계약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축구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을 선보였다.


볼리 회장은 취임 첫 해였던 2022-23시즌, 이적시장에서 무려 6억 3025만 유로(약 1조 268억원)를 퍼부었다. 엔조 페르난데스를 비롯해 웨슬리 포파냐, 미하일로 무드리크, 마크 쿠쿠렐라, 라힘 스털링, 칼리두 쿨리발리 등 주전급 선수들이 속속 첼시에 합류했다. 사공이 많았던 탓인지 너무 많은 선수 영입은 조직력 약화를 불러일으켰고, 그해 첼시는 리그 12위로 곤두박질을 쳤다.


과도했던 지출도 구단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장 FFP와 PSR을 걱정해야 했고, 이로 인해 야구단을 운영하듯 선수 트레이드를 시도했으나 축구에서는 먹히지 않는 전략이었다.


볼리 회장은 빠르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고 선수 영입 전략을 수정했다. 이후 첼시는 전 세계 유망주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영입한 선수들을 임대 이적 시켜 몇 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또한 즉시 전력감 선수들의 영입도 꾸준히 이어졌는데 계약 형태가 매우 독특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구단들이 4~5년 계약을 맺는 것과 달리 첼시는 7~8년의 장기 계약으로 선수들을 묶었다.


이는 선수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함이었다. 계약 후 2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재계약을 논의해야 하지만, 첼시는 보다 여유 있게 선수들을 보유하는 중이다. 지난 시즌부터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첼시는 비싸게 주고 데려온 선수들을 다시 비싸게 팔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보니 다른 구단서 관심을 보이면 즉각 협상 테이블을 차려 이적을 성사시킨다.


사우디 축구 시장이 커진 점도 한 몫을 한다. 첼시는 팀에서 설 자리를 잃었던 주앙 펠릭스, 칼리두 쿨리발리, 에두아르트 멘디, 안젤루를 사우디 리그로 이적시키며 지갑을 불렸다. 유럽 내 다른 클럽과의 거래였다면 받을 수 없는 액수였다.


팀 성적도 열매를 맺고 있다. 구단주 교체 후 첫 시즌을 완벽하게 망쳤던 첼시는 2023-24시즌 리그 6위, 그리고 지난 시즌 4위를 기록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었고, UEFA 컨퍼런스리그 우승도 차지했다.


또한 시즌 후 참가한 FIFA 클럽월드컵에서는 정상에 오르며 우승 상금 4000만 달러(약 551억원)를 포함해 총 1억 2950만 달러(1786억원)의 잭팟까지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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