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칭찬한 한국 선박...현장선 노사 갈등 ‘폭풍전야’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8.26 11:27  수정 2025.08.26 14:12

본궤도 오른 마스가...HD현대·삼성중 협력 본격화

백악관서 동맹 강화 외쳤는데...국내 현장선 ‘투쟁’

‘노란봉투법’ 원청 교섭 요구 확산...조선업계 긴장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조선사들은 잇따라 대규모 투자·협력 계획을 발표하며 조선 동맹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정작 국내 현장에서는 노사 갈등이 격화해 산업 도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잇따라 미국 현지 협력에 나서면서 동맹 차원의 미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가 본격화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선박 계약 체결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선박을 매우 잘 제작한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조선소를 설립해 조선을 재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는 하루 한 척의 선박을 건조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선박을 건조하지 않는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 선박을 한국에서 구매하게 될 것이다. 또 우리 인력을 활용해 여기(미국)에서 선박을 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이 조선 분야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정상회담에 보조를 맞춰 HD현대는 한국산업은행·미국 서버러스 캐피탈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 프로그램은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 및 해양 물류 인프라, 자율운항·인공지능(AI) 기반 조선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HD현대는 앵커 투자자로 참여해 기술 검토와 자문 역할을 맡는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비거마린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향후 상선·특수선 공동 건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 최소 7000만 달러(약 945억원)를 추가 투자해 2035년까지 연간 10척 건조 체제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27일 오전(한국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외 분위기와 달리 국내 현장은 갈등의 골이 깊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자 이날(26일)과 29일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에 나선다. 29일까지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HD현대 조선 3사가 내달부터 공동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사측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제철 하청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도 27일 현대제철을 상대로 집단 고소장을 제출, 직접 교섭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발표됐다.


특히 이번 사안을 계기로 조선업계까지 여파가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노사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 역시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을 겨냥해 공동교섭을 촉구한 상태다. 원청과 수백개 협력사가 얽힌 구조상 갈등이 확산되면 납기 차질 등 경영 전반에 부담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협력사 노조들의 원청 상대 요구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선박 구매를 언급할 만큼 국제 무대에서 한국 조선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정작 국내 현장에서 노사 불안이 확산되면 글로벌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와 협력이 이어지려면 노사 현안을 조속히 풀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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