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이사 강화’ 상법 개정 취지 무색… 전관예우에 ‘관피아’ 논란
억대 보수 챙긴 전직 관료, 금융정책 총책임자로 적절성 지적 잇따라
“사외이사=로비스트” 관행…경실련, 이해충돌 우려 제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차려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상법 개정안 통과로 사외이사의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고, 비율 요건도 강화됐다. 그간 은행의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감시·감독하는 본래 기능보다 경영진의 이익에 맞춘 ‘거수기’라 불리는 등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개정안의 배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정책 기조와 다르게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불리는 전관예우를 통해 기업의 사외이사로 근무하며 억대 이익을 챙긴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금융위원회 후보자로 올랐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첫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이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차관 퇴직 후 3년여 동안 이른바 ‘겹치기 근무’를 통해 6억원을 웃도는 소득을 벌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강민국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는 기재부 차관 퇴직 이후인 2033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6억2662만원의 근로소득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 3월부터 기획재정부 1차관직을 수행하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퇴직했다.
그는 퇴직 이후 5개월 만에 사외이사로 재취업했다. 당시 이 후보자가 사외이사를 지낸 기업은 주식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이다.
당시 이브로드캐스팅은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었는데, 해당 시기에 전직 기재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자 금융투자업계도 이를 주시했다. 상장 과정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큰 ‘정통 경제 관료’를 모셔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와 김동환·강준구 대표는 경신고등학교 동문으로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금투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상장은 거래소의 미승인으로 ‘자진 철회’로 끝났지만 상장 추진 과정에서 ‘관피아’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띄워졌다.
이 후보자는 총 세 개의 사외이사 직을 수행했다. 이브로드캐스팅 사외이사직은 2022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지냈다.
2023년 3월부터는 LF의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작년 3월부터는 CJ대한통운의 사외이사도 겸직했다. 그는 금융위원장 후보자 지명 직후 LF와 CJ대한통운 사외이사에서 자진 사임했다.
그간 퇴직공직자가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유관기관이나 기업에 재취업한 뒤 관료 시절 인맥과 경력을 활용해 로비스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른바 ‘관피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경제, 산업 관련 부처에서 경력을 쌓은 고위직 인사들이 입성하면서 서로 밀고 끌어주는 세력화에 대한 지적도 컸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핵심 국정과제인 ‘코스피 5000’을 목표로 상법 개정안 드라이브에 나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사내이사를 ‘독립이사’로의 변화시켜 그간의 폐해를 근절하려 하는 등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를 견제 기능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 핵심 요직을 지낸 재계 관료로 전관예우를 받아 문어발식 사외이사직을 겸직한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정책을 추진할 인사로 적절한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외이사 제도 자체는 내부적인 경영을 감시하는 측면에서 도입된 것인데 퇴직 공무원들이 기업 사외이사직을 맡아 일종의 ‘로비스트’처럼 활동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고위직 관료가 사외이사 활동을 하면 대부분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식으로 형식적인 절차만 수행한다”며 “이렇게 사외이사를 했던 분이 다시 고위공직자로 가면서 추가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후보자가 퇴직한 이후 행적을 보면 충분히 ‘관피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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