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법무부, 입장 엇갈린 당정…4일 공청회서 '담판'
'부작용' 우려에 속도조절 나선 대통령실…"국민적 이해 거쳐야"
보수 진영, '행안부 중수청' 반대…"권한 집중·부작용 우려"
'추석 전 완수'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검찰개혁이 '방법론'을 두고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부처에 둘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당정대는 내부 갈등 표출로 자칫 개혁 동력이 상실될까봐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일단 봉합 수순은 밟았지만, 공론화·입법 과정에서 갈등은 언제든 표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대는 '검찰개혁 엇박자' 논란을 의식해 "이견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개혁은 이재명 대통령의 21대 대선 공약이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부터 설정했던 개혁 핵심 아젠다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최종적으로 검찰을 해체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청래 대표는 '추석 전 검찰개혁'을 공언하며 고삐를 당기고 있다.
현재 '검찰개혁' 실현을 위해선 수사·기소 분리, 검찰청 폐지, 공소청 및 중수청 신설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부조직법 △검찰청 폐지법 △공소청 설치운영법 △중수청 설치운영법 등 법안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개혁 속도를 두고 이견이 드러난 탓에 진통이 예상된다. 검찰 개혁의 표면적인 핵심 갈등 지점은 '중수청' 설치 부처다. 공소를 담당하게 될 기관의 명칭과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설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쟁점 법안은 국회에서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도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 청원으로 처음 공론화된 이후 23년(지난 2019년 12월)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 공포 이후엔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설립돼 대국민 공청회까지 개최하며 국민 우려 불식에 나선 바 있다.
검찰청은 1949년 설치 이후 76년이 지난 만큼, 검찰개혁 필요성은 줄곧 제기됐고 공론화 과정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범여권에선 "검찰개혁에 대한 방향과 논의는 충분히 했다"라는 분위기지만, 당정은 검찰 해체라는 마지막 큰 산을 앞두고 오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진행한다. 쟁점인 중수청 소재 등 쟁점을 두고 막판까지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은 공론화 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지만, 당정 간 갈등 표출 이후 공청회를 진행하는 탓에 불화설에 선을 긋기 위해 진행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개혁은 단순히 일부 법안 개정만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만들어질 새 기관에 '공소청'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검사 역할 규정이 있는 탓에 위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개혁안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추석 전 처리' 계획에만 매몰돼 위헌 소지라고 엮인다면 정권초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수부 검찰은 안전하지 않다는 시민적 의식이 있는데,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얘기하기 위해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충분히 국민적 이해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검찰청부터 폐지하면 형소법 등 다른 법안을 개정하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검사'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법률이 많기 때문에 정합성을 가지고 개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정부조직법만 먼저 하겠다는 이유가 다른 관련 법안을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부작용으로 인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론화를 해보라고 당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 개혁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것은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불렸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다.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바심에 디테일을 놓쳐선 안 된다"고 밝히며 '신중론'을 펼쳤다. 지난달 25일에는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행안부 비대설'과 국정 기획 조정 역할인 총리실의 국수위 관할 문제 등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즉,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밀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의 심기를 건드렸고 당정 간 갈등으로 촉발되자, 이 대통령은 "일종의 보여주기 식은 안 된다"며 직접 공론화 과정을 주재할 수 있다고 중재에 나섰다.
중수청 소재도 토론의 소재로 설정하면서 당정대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이는 곧 쟁점에 대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논의 과정에서 언제든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31일 공관에서 정 장관과 윤호중 행안부 장관을 만난 것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갈등이 조정됐다고 관측됐다. 그러나 정 장관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논의 중에 있다"며 '중수청 행안부행'에 대해 일축했다. 결국 쟁점 사안은 당정 공청회에서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정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려 공론화 과정에서 이견 노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중수청 소재 논쟁이 법무부가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무부는 법률 간 정합성을 조율하는 역할이 핵심인데, 행안부가 중수청을 맡게 되면 조율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장관이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 여론에 밀려 자세를 낮췄다는 관측이다.
신림동에서 형사법 전문 강사로 활약한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행안부는 법무부의 역할인 법률 간 정합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행정과 안전을 책임지는 행안부는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정 장관은 행안부가 중수청을 컨트롤할 능력이 없고 법률적 혼란이 생길 것을 알면서, 여론 때문에 손을 놓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행안부에 중수청을 놓으면 권한 집중과 부작용 우려에 대한 정 장관의 주장은 동의 정도가 아니고 우리가 끊임없이 주장한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권 남용 비판은 힘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면서 행안부에 모든 것을 넘기면 도적을 피하기 위해 더 큰 도적을 부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