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아닌 '쇼통'"…'독해진' 국민의힘, 배경은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9.09 04:25  수정 2025.09.09 05:49

우원식 국회의장에 "이기적"

李대통령에 "거부권 행사하라"

박근혜·이명박 전례 트라우마

보수 부활 기약 위해 안간힘

내란 특검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에서 무기한 농성중인 송언석 원내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의 특검(특별검사) 내란몰이를 차단하기 위한 몸부림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과 '내란특별법'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존립이 위태롭다는 위기감에서다. 탄핵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 전략에도 활로를 찾지 못하자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 보수의 부활을 노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3대 특검 연장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담은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첫 오찬 회동에서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지금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십사 건의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이런 법안이 결국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 아니겠냐고 국민께선 오해하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전당대회 기간 특검이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최근에는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을 언급하며 "이재명 정권이 진정으로 야당과 소통, 협치하려는 마음이 있는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이 정말 야당과 단순히 보여주는 '쇼통'을 하지 않고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당이 3대 특검법과 특별재판부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상황을 정리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7일 우 의장이 국민의힘이 제기한 '특검 압수수색 사전 승인' 의혹에 대해 '영장 집행을 사전에 승인한 적 없다'고 밝히자, 송 원내대표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더니, 중국에서 푸대접받고 국회에 와서 야당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본인은 국회 본청의 야당 원내대표실 권위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으면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본인의 권위를 존중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길 바란다"고도 쏘아붙였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두 법안은 속도를 내고 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의 수사 기간·범위·인력을 대폭 늘리고 재판을 일반에 녹화 중계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내란특별법)은 현재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국민의힘 강경 노선 배경에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자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보수 주요 인사들이 특검 수사에 줄줄이 소환되며 칼끝을 피하지 못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선 국정농단 수사에 당의 중추가 흔들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 출범한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활동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유착해 삼성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수수한 정황을 수사했다. 이는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일치로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졌다. 징역 17년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중앙지검이 다스 비자금 조성 및 뇌물수수 혐의 수사·재판을 이끌었지만, 보수 지지층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민주당의 의석은 166석으로 제1야당 국민의힘 107석을 압도하고 있다. 거대 여당이 입법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즉각 제동을 걸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한 셈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다양한 생존 전략에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지선을 염두해 극단적 강경 노선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미 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며 "특검 리스크가 보수 진영의 리스크로 번졌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미움받을 용기를 감수할 독한 전략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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