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줄이고, 신선함 배가…앤솔로지 문학의 긍정적인 실험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9.23 10:16  수정 2025.09.23 10:16

특정 주제에 대한 여러 작가의 작품을 묶은 앤솔로지가 출판 시장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고전 명작을 선보이고, 신인 작가들이 신선함을 발휘하는 장을 넘어 인기 작가들도 앤솔로지를 통해 독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모양새다.


최근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등 스타 작가들이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로 SF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김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학문학상 역대 수상자 5명이 참여한 작품으로, ‘죽음’과 ‘사랑’을 공통 주제로 각자의 상상력을 펼쳐냈다.


죽은 룸메이트의 이름이 적힌 추도식 초대장이 발송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비구름을 따라서’부터 존엄사를 앞둔 주인공이 좀비에게 물린 후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가 되는 내용의 ‘우리를 아십니까’ 등 주제는 같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김초엽, 천선란 작가는 직전, 중국 SF 작가들과 함께 ‘다시, 몸으로’를 통해 ‘몸’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는데, 짧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들을 자주 찾으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다시, 몸으로’는 한중 합작 앤솔로지로, 과학의 발전을 통해 ‘몸’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작품이었다.


고전 명작들을 모아 선보이거나, 신인 작가들이 실험 정신을 발휘하는 장이 되곤 했던 앤솔로지는 최근 스타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능성을 더욱 확대 중이다. 신작과 신작 사이, 팬들의 아쉬움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시의적절한 주제, 신선한 소재로 독자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며 거리감을 좁힌다. 김초엽, 천선란 작가는 올해 두 편의 단편을 통해 팬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 중이다.


‘다시, 몸으로’처럼, 작가들의 소통 및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한국과 캐나다의 수교 60년을 기념, 양국 작가 8인이 ‘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의 김멜라, 김애란, 윤고은, 정보라 작가가, 캐나다의 리사 버드윌슨, 얀 마텔, 조던 스콧, 킴 투이 작가가 참여해 차별 또는 경계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렇듯 부담감은 낮추되, 독자들에게 시의적절한 주제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앤솔로지가 이제는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 모양새다. 또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의미를 더하는 등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가능성도 확대됐다.


독자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저격하며 만족감을 높이기도 한다. SF 분야의 적극적인 시도가 팬덤의 만족도를 높였다면, 호러물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시도도 있었다. 여름 시즌을 맞아 호러물 마니아를 겨냥하기 위해 호러물 작가들이 뭉치기도 한 것. 류재이, 이지유 작가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한 ‘귀신새 우는 소리’, 배명은 김이삭 등 5명의 작가가 쓴 ‘귀신이 오는 낮’ 등 여름 시즌 호러물 마니아들을 겨냥한 호러 앤솔로지도 최근 독자들을 만났다.


짧지만, 새로운 시도로 젊은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앤솔로지가 출판 시장에서 하나의 ‘긍정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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