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민 "역사는 개인의 힘 아닌 거대한 흐름"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0.10 07:00  수정 2025.10.10 07:00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혁신당, '尹 탄핵' 가장 앞서 이끈 선봉장

역사와 국민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가능"

교섭단체 요건엔 "완화 아닌 정상화 필요"

김선민 조국혁신당 전 대표권한대행이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해 12월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現 비상대책위원장)가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창당 주역의 수감으로 혁신당이 원내 입성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게 당시 정치권 안팎의 평가였다.


그러나 조국 전 대표의 공백을 메워 광복절 특별사면·복권까지 약 9개월 간 혁신당을 이끌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재명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등 혁신당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한 이가 있다. 김선민 혁신당 의원(전 대표권한대행)이다.


"저 작은 체구로 9개월간 어떻게 혁신당을 이끌었을까." 조 전 대표 수감 이후 김선민 의원의 행보를 바라보며 든 생각이다. 김 의원은 권한대행 시절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광화문 삼보일배, 한겨울 천막농성을 이어가더니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이후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권교체에 일조했다.


의사 출신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비례대표 의원으로서는 경험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라는 평가다. 심지어 지난 4월엔 이재명 당시 대표와 함께 야5당 원탁회의를 통해 '교섭단체 요건완화'에 공감대를 이루는 공도 세웠다. 그러나 정권교체 이후 이같은 논의는 지지부진 하다.


김 의원은 당내 성비위 파문으로 책임을 지고 권한대행직을 내려놓은 뒤 가진 첫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정권교체 이후 교섭단체 요건완화 논의가 사실상 전무한 데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지난해 12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수감된 이후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약 9개월 간 당의 공백을 메워왔다. 김 대행체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 됐고,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는 등 정권교체에도 상당 일조했다는 평가다. 원내 제3당인 혁신당의 대표 권한대행을 마친 뒤의 소회는.

"9개월 간 많고도 험한 일들이 있었다. 한 마디로 역사라는 물 속에서 헤엄친 느낌이다. 수영을 예로 들면 물살을 자신의 팔과 다리로 저으면서 간다. 그런데 역사라는 것은 어느 개인의 힘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누군가는 역사를 거부하거나 역행하려 한 반면, 또 누군가는 그 흐름을 잘 탔고 심지어 선봉장으로서 주도했다. 혁신당은 지난 12월부터 원내 정당 가운데 가장 먼저 '윤석열 탄핵'을 외쳤고, 주도했으며 그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을 일찍이 인지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가려는 방향이 역사의 강을 거스르려는 방향이 아니었다는 점, 국민적 열망과 발맞춰 반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고, 의미 있었으며 내가 그리고 우리가 국민과 함께 나아가는 길에 함께 했다는 경험이 많은 교훈을 줬다."


Q. 권한대행직을 마친 뒤 건강이 나빠졌다고 들었다.

"급성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건강 악화였다. 권한대행직을 내려놓고 잠깐 쉬었더니 낫더라. 조국 전 대표는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출소하고 나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조 전 대표가 수감되기 직전 마지막 당 회의에서 우리 의원 일부가 울었다. 나도 울컥했지만, 어떻게 울겠나. 당을 책임져야 할 권한대행이 눈물을 보여서야 되겠나."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권한대행, 차규근, 강경숙 의원 등이 지난 3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헌법재판소 앞까지 길위에 쓰는 논평(삼보일배)을 하고 있다. ⓒ뉴시스
Q. 언급한대로 22대 총선 이후 원내 정당 가운데 '탄핵'을 가장 먼저 외친 정당은 혁신당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의 심경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의 심경은.

"지난해 12월 3일과 12월 4일 새벽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원내 정당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했다.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혁신당이 가장 먼저 외쳤다. 혁신당이 선지자적 예지력이 있다기보다 역사의 흐름을 인지하고 국민을 향해 눈을 뜨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다만 당시엔 '이게 과연 옳은 결정인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너무 많은 것을 잃는 게 아닌가'하는 두려움도 있던 건 사실이다. 작년 11월쯤이던가. 어느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왜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얘기하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분들이 '탄핵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들은 다음부터다.


민주당은 거대 정당이니까 혁신당처럼 선봉장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원내 12석의 소수이고 기병대처럼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것이 역사의 큰 물줄기의 방향을 트는 역할이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좀 전 예시로 든 수영에서 팔 근육이 앞서 가고, 다리 근육은 뒤에 받쳐줘야 앞으로 나아간다. 혁신당이라는 근육은 앞서 나갔고, 민주당이라는 근육은 뒤에서 또 힘을 받는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국민보다 반 발자국만 앞서 가라' 말씀하셨다. 그 반 발자국은 혁신당이 앞섰다는 확신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 공동대응을 위한 야5당 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연합뉴스
Q. 지난 4월 민주당과 함께 야5당 원탁회의에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에 합의를 이뤘다. 당시 이재명 대표도 배석했다. 다만 정권교체 이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 논의는 사실상 지지부진하다.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많이 아쉽다. 다만 교섭단체 요건완화라고 하면 혁신당만한 사이즈(12석)의 당, 10석에서 20석 미만의 소수 정당이 '몸집 불리기'를 위한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아 안타깝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당시 국회가 극단적으로 대립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기이한 현상은 계엄보다 서부지법 난동 사건이다.


보통의 젊은이들이 당최 어찌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극우 파시즘이라는 표현을 넘어 행동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거다. 극단적 거대 양당 체제로 굳어진 우리 정치 상황에서 '파시즘'은 그렇게 생성됐다.


다수의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다당제 민주주의의 실현과 그 핵심은 교섭단체 요건완화라고 한다. 국민의 모두가 자신을 대표하는 의회 내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당의 이익을 위해 한쪽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는 데에도 교섭단체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농어촌의 경우 주민들과 어르신을 대변할 세력이 국회 내에 별로 없고, 사회 소수자들을 대변해 줄 정치인이 중앙 무대에 별로 없기에 불평등은 점점 확산된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나오는 정당이 우리 같은 중소 정당 혹은 군소 정당이다. 그래서 마치 '체급 올리기 위한 시도다' '집단 이기주의다' 이런 식으로 매도되는 게 가슴이 아프다. 교섭단체 요건완화는 혁신당만의 과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에 실망스럽다. 대선 전에는 분명히 교섭단체 요건완화를 화두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계속 지속 제기할 것이다. 아울러 교섭단체 요건완화라는 말보다 '교섭단체 요건 정상화'라고 칭하고 싶다."


Q. 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대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인가.

"그렇다. 협치가 일어나는 과정은 어느 정당 하나가 과반이 아닐 경우다. 패스트트랙이라든가, 필리버스터를 해제를 위해서는 혁신당의 동의가 없으면 해제할 수 없다. 다당제를 이룩한 국가는 좌(左)나 우(右)나 파시즘이 의회 내에서 주요 세력이 되지 못한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전 대표권한대행이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국회 상임위원회로 넘어가보자.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다. 복지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9개월 간의 권한대행 역할이 끝나고 난 뒤, '내가 애초에 정치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지키고자 했던 혹은 원하는 세상이 무엇이었나' 홀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답은 '사회권선진국'이다. 국민들께서 감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해본 용어로 바꿔보면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국가'다.


즉 매일 나의 일상이 큰 문제 없이 평안하게 돌아가는 나라, 물리적·정신적·사회적 불평등이 없는 나라, 다시 말해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처럼 국가가 국민에 관심을 가지는 나라다. 우선 복지위에서 해야할 것은 지역 공공의료를 확대하는 공공의료법과 간병비 자부담 축소 그리고 홀로 계신분들의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상하는 것이다. "


Q. 당내 현안으로 가보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선 호감도 1위에 올랐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지만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보다 우위를 점한 것은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아직 혁신당은 당이 처한 위기를 넘지 못했다. 지금 그런 지지율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다. 정당이라는 것은 정치적 가치가 분명하고, 이를 실현시키고자 뜻을 맞춘 사람들이 모였을 때 정당이 탄생한다. 우리의 뜻을 국민께 알리고 당의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지 지금 지지율 보고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전 대표권한대행이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최근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나 보궐선거에 조국 위원장의 출마를 '전면 재검토'해야할 필요있다고 했다. 우희종 비상대책위원은 '당명 개정'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 위원장이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나.

"당명 개정은 우희종 비대위원 개인의 생각이다. 언론에서 민주당과 합당 얘기도 나왔다는데 내가 대표권한대행 시절에는 전혀 고려한 적도 없다. 당시 나는 '내가 대표로 있는 한 합당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명개정, 합당의 문제는 비대위원이나 우리 당 소속 의원 일부에서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


조국 위원장의 내년 지방선거나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한 재검토 발언은 이해한다. 그러나 내년 6월에나 있을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이나 전망은 신중했으면 한다. 선거는 아직 많이 남았다. 서왕진 원내대표의 '전면 재검토' 발언은 제로에서부터 출발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Q. 민족 대명절 추석을 지냈다. 혁신당 당원 및 지지자들과 국민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명절은 항상 명(明)과 암(暗)이 있다. 명이야 가족들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만, 다양한 어두운 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추석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했던 것들이 무엇인가, 아픈 사람들은 누구가 있고, 소외된 사람들은 누구이며, 우리는 어떤 것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이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위해 살 것인가, 우리 사회의 과제가 무엇인가 고심해야 한다.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서툴더라도 우리는 해결하고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진일보할 것이며 또한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우리는 또 다시 서투른 몸짓으로 앞서 나갈 것이다. 이렇게 축적돼 가는 것이 우리의 역사다. 나는 지치지 않겠다. 국민께서도 우리 당원들께서도 혁신당을 지지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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