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가치·개수 기준 관세 검토…삼성·애플 등 글로벌 기업 ‘긴장’
소비자가 상승·수요 위축 우려…美 인플레이션 압박 불가피
미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수입 전자기기에 장착된 반도체 개수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공급망에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각 전자기기에 들어 있는 칩의 개수를 기준으로 외국산 전자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제품에 내장된 칩의 추정 가치에 일정 비율을 곱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로이터는 이번 계획이 칫솔에서부터 노트북까지 폭넓은 소비재를 겨냥하고 있으며, 현실화 시 물가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관세 조치는 모바일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기존 제품 가격이 아닌 내장된 반도체 부품 가치를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자기기에는 여러 종류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스마트폰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바일 D램, 플래시 메모리, 통신 칩, CIS(이미지 센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이 탑재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우 이 이상의 반도체가 탑재되며 모델별 카메라 센서 수와 통신 기능에 따라 종류와 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 노트북·태블릿·TV 등에도 10개 이상의 반도체가 실린다. 자동차에는 200~300개, 자율주행 전기차에는 1000개 이상이 장착돼 관세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최종 소비자 가격이 그만큼 뛰게 돼 미국 내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수입 반도체 양을 1대1로 맞추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1대1 생산 대 수입 비율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역시 관세 부과 기준이 모호해 실제 도입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 기업이 원자재·부품을 미국으로 들여와 조립하는 경우 어디까지를 반도체로 보고 관세를 매길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일본산 이미지센서, 대만산 AP 등을 조달해 중국 폭스콘과 인도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한 뒤 미국에서 판매한다. 이 경우 어느업체가 관세를 부담하고, 어떤 나라의 관세율을 적용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오히려 관세 체계만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궁극적으로 미국 현지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인만큼 대미 투자, 해외 공급망 정책 등을 두고 삼성전자, 애플 등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관세가 적용될 경우 제조사가 비용을 부담하든,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든 타격은 불가피하다. 제조사가 비용 상승분을 떠안으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경우에는 수요 위축이 뒤따를 수 있다.
미국의 스마트폰 생산 여건이 주요 생산국에 비해 취약한 상황에서, 수조 원이 투입되는 현지 생산 시설 구축 카드는 제조사로서 부담이 크다.
이를 겨냥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일정 물량의 칩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하면, 실제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해당 예정 물량만큼 수입 관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 232조 조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의견 제시해왔고 양국 관련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왔다"면서 "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회와 리스크 요인을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해 사업을 영향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는 특정 품목과 그 파생(하위) 제품에 품목별 관세를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모니터 등 주요 IT 완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 사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주력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수입하는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케반 파레크 애플 CFO는 3분기(4~6월) 실적 발표 당시 관세 비용 8억 달러가 3분기 총 마진율(46.5%)과 제품 부문 마진율(34.5%)이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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