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등쌀에 밀린 철강업계...출구전략 없는 ‘수출 리스크’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0.11 06:00  수정 2025.10.11 06:00

미국 이어 EU도 50% 관세 부과…수출 구조 흔들

‘양대 축’ 포스코·현대제철, 올해만 4000억 납부 전망

산업부, 철강산업 고도화 대책 가동…구조전환 본격화

철강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EU의 관세 강화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잇따라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산업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미국의 50% 상호관세에 이어 EU까지 무관세 수입 물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초과분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직접적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EU의 관세 강화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이어 양대 시장이 동시에 벽을 세우면서 철강 수출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산업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수입 철강 제품에 적용하는 글로벌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작년 기준 연간 3053만톤(t)에서 10830만t으로 47%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쿼터 외 수입 물량에 대한 관세는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된다. 내년 6월 종료 예정인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을 대체하는 조치로, 회원국 투표를 거쳐 시행될 전망이다. 찬성 기류가 강해 통과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EU는 국가별 수입 한도는 개별 협상을 통해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럽경제지역(EEA) 국가를 제외한 제3국 전체가 대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EU 철강 수출은 44억8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로, 미국(43억5000만 달러)과 함께 최대 시장이다. 이 가운데 약 263만t은 한국에 배정된 국가별 쿼터를 통해, 나머지는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대부분 무관세로 수출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이 물량 상당수가 50% 관세 부담을 안게 된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한국산 철강 제품에 품목별 관세 25%를 적용하다가 6월 이를 50%로 올렸다. 이후 한국의 철강 수출은 4월을 제외하곤 매달 감소세를 이어갔다.


문신학(가운데) 산업통상부 차관이 지난 9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내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 방문, 수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산업통상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포스코와 현대제철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가 3월부터 12월까지 미국에 납부해야 할 관세는 총 2억8100만달러(약 4000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을 합친 규모다. 관세율 25%가 적용된 3~8월 누적 납부액은 1억4700만달러(약 2100억원), 9월부터 연말까지 추가 납부액은 1억3400만 달러(약 19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두 회사가 올 상반기와 평년‧전년 수출량, 시장 상황 등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다.


정부는 통상 리스크 완화와 산업 구조전환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U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지위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양자 협의를 통해 한국의 수입 쿼터를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이달 중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한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는 철강산업 지원을 위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전환 특별법)’이 계류 중이다.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세제·보조금·기술개발 등 지원 근거를 담고 있지만 이달 예정된 국정감사 일정 탓에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 법안은 빨라야 내달 이후 통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고율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 의존형 산업 구조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EU의 관세가 동시에 강화되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물론 수출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가 무관세 쿼터 확보에 최대한 집중하는 동시에, 고부가 제품과 저탄소 공정 전환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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