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거장도 주목…‘한강 붐’이 이끈 변화와 과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17 08:45  수정 2025.10.17 08:48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1년이 됐다. 새로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탄생한 만큼, 이제 ‘한강 후광효과’는 끝났다며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라슬로 작가를 향한 ‘이례적인’ 반응 등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높아진 ‘책 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강 작가가 불러일으킨 긍정적인 변화를 잘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라슬러 작가의 대표작 ‘사탄탱고’는 주요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며 노벨문학상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예스24에서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연속 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그의 또 다른 저서인 ‘저항의 멜랑콜리’와 ‘라스트 울프’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은 2위로 순위는 한 계단 낮아졌으나, 예스24는 최근 10년간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당일부터 1위를 차지하고, 사흘 이상 유지한 사례는 지난해 한강 작가 이후 처음이라며 독자들의 이 같은 호응을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 많은 노벨문학상 특성상, 상의 유명세에 비해 1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데 이번 결과는 작년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전반적인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결과로 보인다”라고 ‘한강 효과’가 다음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까지 미쳤음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그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채식주의자’, ‘흰’ 등 대표 저서들이 서점가를 장악했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으나, 독자들이 책, 독서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만큼은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해외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이 관심을 받는가 하면, 이것이 텍스트힙(독서는 힙하다)는 열풍으로 이어져 젊은 독자들의 이목을 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책을 사며, 문학도 함께 구매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가 하면, 지난해 예스24에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도서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예스24에서는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이 전년 대비 49.3% 증가했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2024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로 선정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의 판매가 급증했었다.


물론 텍스트힙 열풍을 타고 독서에 입문한 일부 독자들이 책 관련 굿즈 등을 구매하는 것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다며 한강 작가 후광효과가 문학 독자 저변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어지지는 못 했다는 씁쓸한 분석도 있었다.


그럼에도 완성도는 인정받았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누리지 못했던 문학 작품들이 ‘이례적인’ 주목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긍정적인 성과라는 의견이다. 한 서점 관계자는 “낮아진 진입 장벽을 타고 들어온 독자들이, 일부라도 관심사를 뻗어 나갈 수 있다면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이 같은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해졌다고. 관계자는 지금처럼, 새로운 작가가 선사하는 색다른 재미가 출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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