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입 막고, 원료는 줄이고”…두부업계, ‘콩 대란’ 직격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0.22 07:21  수정 2025.10.22 07:21

보호막이 덫으로…‘생계형 적합업종’의 역설

수입콩 막히자 공장 멈춰…두부 생산 비상

국산콩 늘려도 소비는 뒷걸음…엇박자 정책 논란

“콩이 있어야 두부도 생산”…현장선 실효성 대책 촉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두부.ⓒ뉴시스

중소 두부업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두부 제조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하며 대기업 진입을 막아놓고도, 정작 영세업체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콩 수입량을 줄이면서다. 사실상 원료 확보 길이 막혀 살 길이 막막해졌다는 하소연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두부 제조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 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제도로 대기업 등이 5년간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고, 상생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두부, 장류 원료의 약 80%를 차지하는 수입 콩의 부족으로 일부 공장은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처지에 놓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뒤늦게 재고 물량을 풀었으나 공급량이 적은 탓에 낙찰받지 못한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콩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약 13% 적은 27만톤에 그친다. 콩 가공식품업계는 연말을 넘기려면 최소 1만톤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농식품부는 국산 콩 사용을 유도하고 있으나 세 배 이상 비싸 대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관리 품목으로 정부가 공급을 통제하고 있는 콩은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TRQ와 자유무역협정(FTA) TRQ 물량이 공급된다. 수입 콩 사용 업계는 국영무역이나 수입권 공매 등을 통해서도 일부 조달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콩을 원료로 쓰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재고 확보 등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심각한 원료 수급 불안정 사태를 겪고 있다. 국내 두부의 80%는 수입한 콩으로 만드는데, 이런 수입 콩 두부는 국산 콩에 비해 훨씬 저렴해 중소업체가 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 콩 직접 공급을 줄인 이유는 국산 콩 보호를 위해서다. 그동안 쌀 적정 생산 방안으로 추진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으로 논콩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소비는 여전히 정체 돼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두부ⓒ뉴시스

가장 큰 문제는 영세업체들이다. 풀무원, 정식품 등 이름 난 기업들은 대부분 국산콩 사용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영세할수록 수입콩 사용 비중이 높다. 그럼에도 국산 콩이 수입 콩 대비 4~5배가량 비싸, 수입 콩을 대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차가 크기 때문에 수입 콩 공급을 줄인다고 국산 콩 소비가 늘지 않는다”며 “기존에 수입 콩을 사용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이미 수입 콩 두부 시장에 특화돼 있어 국산 콩 두부 시장으로의 진입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다음달 초를 기점으로 강원 지역 40여개 두부 제조사가 줄줄이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같은 달 중순 원료를 소진하는 광주와 전남 지역 두부 제조사 80여 곳도 비상이 걸렸다. 두유 제조업계도 11월부터 원료가 바닥날 전망이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원료난이 심화되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산 콩 생산량이 늘고 있음에도 소비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만톤이던 국산 콩 생산량은 지난해 15만5000톤으로 1.4배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 비중은 2023년 34.3%에서 지난해 30.5%로 3.8%포인트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생산을 늘리기만 하고 소비 유통 구조나 가공 지원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국산 콩 확대가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며 “결국 수입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부 스스로 고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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