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돼야 한다'…롤드컵 호스트 '샥즈', 10년 넘게 e스포츠 무대 지킨 비결[2025 롤드컵]

상하이 =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5.10.30 17:53  수정 2025.10.30 18:58

스포츠 저널리즘 지망생에서 롤 e스포츠 첫 여성 호스트로

인상 깊은 韓 선수 인터뷰, 페이커·피넛·구마유시

"e스포츠 업계를 안내하는 '이정표' 같은 사람 되겠다"

'샥즈' 에피아 디포트르는 지난 29일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열린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쇼는 계속돼야 해요. 제가 기분이 안 좋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결국 이 쇼는 계속되고 경기장에 들어오는 순간 저는 저의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요."


지난 29일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열린 중국 상하이에서 롤드컵 호스트 '샥즈' 에피아 디포트르는 'e스포츠 호스트로서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e스포츠 호스트로서 연간 일정 중 가장 멋진 이벤트인 롤드컵에 참여하는 것은 매년 큰 영광"이라며 "하나의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안일해질 수 있지만 항상 최고의 성과를 내고 프로팀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롤 무대를 10년 넘게 지켜온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것은 e스포츠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막중한 책임감이었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원래 스포츠 저널리즘 분야에서 일하길 꿈꿨다. 하지만 높은 업계 장벽을 실감한 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샥즈는 "스포츠 저널리즘 분야에 종사하고 싶었지만 장벽이 높았고 어렸을 때부터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게임 채널인 OGN이나 IEM 방송을 보며 '내 저널리즘 전공을 롤 관련 기사를 쓰는데 활용하자'고 결심했다"며 "2013년 라이엇 게임즈로부터 유럽 리그인 LCS 호스트 제안이 왔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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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롤 e스포츠의 매력을 '양파'에 비유했다. 그는 "관람객 입장에서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의 플레이를 보며 영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축구와 같다"면서도 "롤은 처음 보기엔 어렵지만, 일단 디테일을 알게 되면 양파처럼 겹겹이 매력이 흘러넘치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느 누군가가 '20분간 아무것도 안 했다'고 의문을 가진다면 전 '얼마나 많은 걸 했는데요!'라고 소리칠 거다"라며 "보이지 않는 전략과 디테일이 롤의 진짜 매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샥즈는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 선수 인터뷰'를 묻는 질문에 "정말 많다"고 운을 떼며 '페이커' 이상혁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페이커' 이상혁과 하는 모든 인터뷰는 재밌다"며 "가끔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을 포착해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7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 당시 '피넛' 한왕호는 그 공간을 환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고, 작년 롤드컵에서 '구마유시' 이민형이 LPL(중국) 팀들을 상대로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멘트도 정말 멋있었다"고 덧붙였다.


'샥즈' 에피아 디포트르 ⓒ라이엇 게임즈

올해 롤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한화생명e스포츠 대 젠지' 2세트를 꼽았다. 그는 "롤드컵에서 본 경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재밌었고, 그 안에 '피넛' 한왕호의 노력 등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며 "아무리 피곤해도 이런 경기를 동료들과 함께 보면 모든 힘든 것이 잊힌다. 이게 바로 내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번 롤드컵이 유독 특별한 이유로는 '스토리'를 꼽았다. 그는 "T1의 2023~2024년 2연패 이후 진행되는 롤드컵이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스토리인 T1 대 LPL 경기가 8강에서 성사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특히 개최국이 중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샥즈는 "LPL 팀들이 정말 많은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중국 팬들의 기대가 정말 크다는 것이 현장 분위기에서도 보인다"며 "중국 내 롤의 인기가 높아 선수들이 셀럽처럼 인식되고 있어 팬들의 현장 열기도 더욱 증폭되는데 이를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롤 e스포츠 글로벌 플랫폼의 첫 여성 호스트'라는 상징성을 지닌 그는 이제 다음 세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20대에는 '나'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우리와 모두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며 "제가 '퍼스트 펭귄'으로 많은 일을 겪었기에 이 업계의 다른 여성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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