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제조업계, 살금살금 금융업계 [방향타 없는 금융AI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11.06 07:09  수정 2025.11.06 07:09

제조업계, AI 활용한 인력 대체 고민

해외 금융권은 AI를 '파트너'로 간주

국내 금융권, AI 활용법 고민하지만

"망 분리, 규제 문제로 더디게 진행"

인공지능(AI) 파급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금융업계에선 AI가 투자 문법을 송두리째 바꿀 거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해외에선 AI를 전면에 내세운 금융 서비스들이 저변을 넓혀가고 있지만, 국내에선 규제 등의 여파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AI 서비스에 대한 실효적 규율 방안, AI 서비스가 금융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정책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파급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산업별 수용성이 엇갈리고 있다. 생산성 강화, 인건비 절약 수요가 큰 제조업계에선 AI 활용법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업계는 상대적으로 굼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인공지능(AI) 파급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산업별 수용성이 엇갈리고 있다. 생산성 강화, 인건비 절약 수요가 큰 제조업계에선 AI 활용법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업계는 상대적으로 굼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 규제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금융기업들이 각개 전투 형식으로 AI 활용법을 고민하는 사이 해외 금융업계에선 외부 AI 기술까지 끌어안으며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오픈(Open)AI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AI를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인간의 통찰력과 AI의 고객 맞춤형 투자 조언을 사실상 동등한 수준에서 검토하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AI 플랫폼 알라딘(Aladdin)을 통해 리스크 자동 예측 등을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가 AI에 투입되고,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이르는 구조가 확립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로버트 골드스타인 블랙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30년 경력에서 AI는 가장 중요한 기술, 혁신, 진화,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 손을 거쳐야 했던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가 적용되고 있고,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AI도 현장에 접목되는 추세다.


실제로 신상품 개발 때마다 관련 법령 파악 등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던 A증권사는 AI 도입에 따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엔 규정을 찾는 일조차 전문가가 나서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신속 정확하게 관련 데이터를 수집·정리해준다는 설명이다.


B증권사는 대출 관련 위험 평가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통상 대출은 공시된 재무 정보를 활용해 등급을 나눠 담보 비율을 설정해 진행된다.


다만 재무적 영향을 주는 사건 발생 시점과 장부 반영 시점 사이에 차이가 있다 보니 증권업계에선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B증권사는 AI가 실시간 거래 데이터, 시장 충격 등을 토대로 산출한 담보 비율을 참고해 대출을 진행했고, 매출이 1.6배가량 늘었다.


금융권에서 AI 활용법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지만, 고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 제공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조업계나 해외 금융사처럼 적극적 활용을 모색하기엔 제약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망 분리 정책으로 챗GPT 등 외부 AI를 직접 연결해 사용하기 어려운 데다, 데이터 관련 규제들도 운신 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망 분리 문제로 일부 기업에선 개인 스마트폰으로 AI를 활용해 얻어낸 결괏값을 사내 컴퓨터로 옮기는 비효율적 업무 행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진숙 한국 딜로이트그룹 파트너는 "만나보면 금융업계와 제조업계의 화제가 일단 다르다"며 "AI 서비스가 인간을 궁극적으로는 대체할 수 있기에 제조업 기반 회사에서는 앞으로 3년 후 5년 후, 10년 후, 인력을 어떻게 AI로 대체할 수 있을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마지막에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에 다다르곤 한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금융권은 망 분리, 데이터 보안 등 다양한 이슈 때문에, 그리고 규제에 실질적으로 저촉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들 때문에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 않나 한다"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과기부 장관이 금융 규제를?'…시급한 거버넌스 구축 [방향타 없는 금융AI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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