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떠나고 박학규…노태문 승진 여부·반도체 인선도 관심
직급 단순화·자율·실력 중심 체제 정립한 삼성의 세대교체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10월 28일 회장 취임 첫 행보로 광주의 상생 협력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의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의 용퇴를 결정한 지난 7일 인사는 '뉴삼성'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재계의 관심은 자연스레 '젊은 삼성'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 실험에 쏠리고 있다.
재계는 정 부회장의 용퇴를 단순한 인사가 아닌, 경영 쇄신의 출발점으로 읽는다. 정 부회장의 역할은 위기 관리와 안정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그간 삼성에서 긴급 현안이 발생하면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서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인물이 정 부회장이다. 그의 퇴장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이재용 체제'의 위기 관리 중심의 경영에서 미래 전략 중심 경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삼성 위기론'을 불러왔던 삼성전자의 실적이 최근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데다, 이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은 올해 사법 리스크를 모두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책임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삼성은 과거에도 '넘버2'가 물러난 뒤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쇄신 의지를 보여왔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2006~2008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2012~2017년) 퇴진 이후 50대 젊은 사장들을 대거 전면 배치해 조직에 새 흐름을 넣은 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인사는 사업지원TF의 상설조직 전환(사업지원실로 격상)과 맞물려 있어, 후속 인사 폭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의 자리를 잇게 된 박학규 사장은 1964년생으로, 사업지원실 초대 수장으로서 삼성 경영의 새로운 균형추 역할을 맡게 됐다. 박 사장은 '포스트 정현호'로 공공연하게 거론돼 온 인물이다. 정 부회장과 옛 미래전략실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고, 정 부회장이 2015년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을 맡은 후 사장이 됐다는 점에서 인연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박 사장을 필두로 전열을 갖춘 사업지원실은 DX(디바이스경험)부문과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양대 사업부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와 재무 건전성 확보 등을 중심으로 '확장 속 균형'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인사 혁신 돌입?…주요 부문장 교체 여부 주목
내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사장단 인사도 인공지능(AI) 대전환의 흐름 속에 반도체 사업의 반등 및 완제품(세트)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세대 교체'가 이뤄질 지가 관전 포인트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삼성의 심장인 DS 부문이다. 현재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장·대표이사·메모리사업부장·SAIT 원장 등 여러 직책을 겸임하고 있어, 일부 역할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특히 HBM4 경쟁이 본격화하는 2026년을 앞두고, 메모리사업부를 전담할 별도 책임자를 두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후보군으로는 1967년생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1972년생 황상준 D램개발실장(부사장), 1966년생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이 거론된다.
노태문 DX 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이 대행을 떼고 부회장으로 승진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품질혁신위원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노 사장이 부회장 승진 시 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두 부문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 사장이 겸임하고 있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은 1970년생인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운영팀장(사장)이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젊은 리더십' 라인업이 가시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세대 교체'는 이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인재 제일'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삼성전자는 직급 체계 단순화로 수평적인 조직문화 강화 및 유연성을 높여왔고, 평가제도 개선 등 인사 혁신을 통해 직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실력 중심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사장단 인사 이후에는 조직 안정을 위한 성과 보상 카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로운 리더십 체제에 대한 조직 내부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접 그리는 '뉴삼성' 체제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세대 교체'"라며 "위기관리 중심의 구조에서 미래 전략을 실행하는 조직으로 전환하려면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이번 세대교체는 삼성의 10년 경쟁력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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