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장동 항소포기 국정조사' 협의 또 불발
범위·대상 평행선 지속…與 내부 갈등도 한 몫
장외집회·필리버스터 대안에도 野 내부 "글쎄"
"대장동은 李대통령 이슈…더 센 전략 있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의 검찰의 대장동 항소포기 국정조사 관련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조사의 범위와 대상을 놓고 평행선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아울러 당내 갈등으로 민주당 내부에서 국정조사 추진을 미적거리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자칫 이재명 대통령과도 관련이 있는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도 감지된다. 이에 당내에선 국정조사 불발에 맞서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를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 갈수 있을 만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11~13일과 18일 등 4번에 걸쳐 국정조사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유상범 원내수석은 "국민의힘에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정조사를 하자는 입장"이라며 "서로 입장이 팽팽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와 관련해선 추후에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발생하자 국정조사의 전면적인 도입을 주장했음에도 협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 범위와 대상을 두고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민주당은 법률가 출신 의원이 다수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인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한 별도 조사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국정조사 대상 역시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반발한 검찰들과 해당 사건의 기소 과정 전반을,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각각 겨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국정조사 합의 불발이 지속되는 이유는 그 범위와 대상 때문이지만 국민의힘은 진짜 이유가 민주당 내부의 알력다툼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먼저 국정조사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고, 야당과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여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를 강행하겠단 의지까지 피력했지만, 민주당이 갑자기 의견을 바꾼 것이 당내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대장동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김 원내대표와의 협의 없이 고발한 것이 국정조사 협의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김 원내대표가 주장해온 국정조사의 대상인 검사장 18명을 고발하면서, 증인으로 참석할 해당 검사장들의 반발이 더 커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검사장 고발을 진행하자 "처음 듣는다.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협의도 없이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뒷감당은 거기(법사위)서 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여기에 검사장 고발을 주도한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지난 21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뒷감당 잘할 수 있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맞받으면서 민주당 내부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법률가 출신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현재 민주당에서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18명의 검사장들 입장에서 자신들을 평검사로 내리겠다고 입법까지 하고 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고발까지 한 민주당에 겁먹을 이유가 있겠나"라며 "검사장들을 법사위에 앉혀 놓고 추미애 위원장의 원맨쇼로 돌파하고자 하는 게 민주당의 속셈이었는데 원내 지도부와 법사위원들의 엇박자로 완전히 궁지에 몰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국정조사 얘기를 먼저 꺼내고 당내에서 일어난 잡음으로 이를 협상이 안 됐다고 포기한 민주당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는 우리에겐 정말 유용한 무기인데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 상황에 국정조사 도입까지 좌우되는 것이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불발 가능성에 대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청문회까지 먼저 제안해서 우리는 100%수용한다고 했는데 협상을 해보니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조사를 할 의지가 없어보인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비상수단을 강구해야할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의원님들께서는 12월까지 해외출장을 지도부와 사전에 상의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안 역시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본회의장에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60명)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는 내용의 이른바 '필리버스터 무력화 법안' 추진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장차관까지 고발한 상황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느냐는 의견이 원내대표단에서 나왔다"며 "(민주당) 원내에선 국회법을 우선 개정해 필리버스터 진행을 개선하는 내용을 처리해야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 지도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를 길게 끌고 갈만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조사가 이뤄진다면 지금 장동혁 대표가 하고 있는 장외집회와 합쳐져 원내·외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때리는 효과가 났을 텐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는 다른 것도 아니고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이슈가 아닌가. 현실적으로 (국정조사 합의가) 어렵다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를 끌고 갈만한 더 센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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