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재무통’ 전면 배치하는 건설사…침체 극복 위한 리더십 교체 ‘활발’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2.01 17:16  수정 2025.12.01 17:27

재무 구조 개선에 현장 안전 관리 강화 차원

한화·롯데 ‘재무’-포스코 ‘안전’ 전문가 기용

DL이앤씨·삼물·현건 등은 기존 체제 안정화에 초점

ⓒ게티이미지뱅크

연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인사에서 수장 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건설현장 안전 관리·감독 중요성도 높아지면서 재무 및 안전 전문가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정기 임원 인사에서 주요 건설사들은 일명 ‘재무통’과 ‘안전통’으로 평가받는 전문가들을 최고경영자(CEO)로 기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장기간 부침이 이어지는 만큼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보다는 재무 구조 개선과 안전 관리 부문에 힘을 싣는 모습이 특징이다.


먼저 한화그룹은 건설부문 신임 대표이사로 김우석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낙점했다. 김우석 대표는 30년 넘게 한화그룹에 몸담으며 경영·재무 분야를 고루 경험한 재무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한화 건설부문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등 국내외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업계에선 김 대표를 전면 배치해 우량 수주 확대, 재무건전성 강화, 안전경영 제고 등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본다.


SK에코플랜트는 신임 대표이사로 김영식 SK하이닉스 부사장을 발탁했다. 그간 건설 솔루션 및 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섰던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리밸런싱을 꾀하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대량 양산 체계 구축을 이끈 반도체 공정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제조업 역량 강화 등 신사업 확장과 함께 내년 7월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은 최근 신임 대표이사로 오일근 롯데자산개발 부사장을 내정했다. 오일근 대표는 10여 년 간 롯데자산개발 경영전략 업무를 수행, 복합개발 프로젝트 전반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업계 안팎에선 오 대표가 PF 부실 사태로 불거진 롯데건설 재무구조 안정화와 개발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왼쪽부터 오일근 롯데건설 신임 대표, 김우석 한화 건설부문 대표, 김영식 SK에코플랜트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각 사

포스코이앤씨는 안전관리 강화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 8월 정희민 전 대표가 인명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새 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원가율 상승과 공사비 급등 등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어서 무엇보다 재무 건전성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건설 현장 안전 문제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인사를 단행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대대적인 세대교체보다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둔 건설사들도 있다. DL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기존 체제가 더욱 공고해 질 전망이다. DL그룹이 이 날 발표한 ‘2026년 사장단 인사’에서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DL이앤씨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 부회장은 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탁월한 경영 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실적 정상화와 신사업 발굴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이어가며 건설업 최고 수준의 재무 안정성을 구축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오세철 대표이사 체제가 지속된다. 지난 2021년부터 건설부문을 지휘한 오 대표는 지난해 연임을 확정, 오는 2027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주요 건설사 CEO 가운데 가장 오래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삼성물산은 올 들어 국내 도시정비 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데 이어 해외에선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현대건설 역시 이한우 대표이사가 올 1월 취임해 아직 1년이 채 안 된 만큼 무리하게 변화를 주기보다 기존 체제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업계 첫 도시정비사업 수주 ‘10조 클럽’ 달성이라는 쾌거를 거뒀고 해외에선 신사업으로 낙점한 원전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을 포함해 지난해 일찍이 대표이사를 교체한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 등 범 현대가 건설사들도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개편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GS건설은 오너 4세인 허윤홍 대표가 지난 2023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대우건설도 모 그룹인 중흥그룹 정창선 회장의 사위이자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매제인 김보현 사장이 지난해 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만큼 교체 확률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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