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관람은 거절”…도파민 터지는 록 뮤지컬 전성시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2.02 14:01  수정 2025.12.02 14:01

최근 중소극장을 중심으로 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던 록 음악이 이제는 흥행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뮤지컬 '렌트' ⓒ신시컴퍼니

이러한 흐름의 바탕에는 스테디셀러 ‘렌트’가 있다. 지난달 9일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한 ‘렌트’는 국내 공연 열 한 번째 시즌을 맞았음에도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199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록 사운드를 입히면서 대표적인 록뮤지컬 히트작으로 꼽힌다.


특히 에이즈와 마약, 빈곤이라는 사회적 소재를 다루는데, 여기서 사용되는 록 사운드는 저항의 언어이자 청춘의 분노와 방황 그리고 사랑에 대한 절규로 표출된다. 록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이 서사와 맞물리면서 세대를 넘어 불안한 미래를 사는 관객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셈이다.


최근 초연된 창작 뮤지컬들은 록 사운드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난 5월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초연한 1인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햄릿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아에 각각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이를 록 사운드로 풀어냈다. 배우들의 샤우팅은 단순한 가창을 넘어 분열된 자아의 절규로 기능하고, 록 음악은 햄릿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시청각적으로 구체화했다.


한국 고전 설화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를 결합한 ‘홍련’ 역시 록을 선택했다. 설화 속 홍련과 바리를 가정 학대 피해자라는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면서 가정 내 학대와 피해자의 억울함을 다루면서, 강렬한 록 음악을 사용했다. 저승 재판장에서 홍련이 토해내는 분노는 록 비트와 만나 폭발력을 얻는다. 한국적인 ‘한’(恨)의 정서가 록의 저항적 이미지와 결합해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 사례다. 지난해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초연하고 11월 지역 투어 공연을 마쳤다.


뮤지컬 '쉐도우' ⓒ블루스테이지

올해 록 뮤지컬 중 가장 주목받은 ‘쉐도우’도 빼놓을 수 없다. 작품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기 전날인 1762년 7월 3일부터 세상을 떠난 7월 12일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공연은 옥추경이란 역사 속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루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도세자의 혼란과 절규, 분열의 감정은 록 발라드, 언록 발라드, 익스페리멘탈 메탈, 사이키델리 록 등 실험적인 사운드를 통해 표현됐다.


이 밖에도 다양한 록 뮤지컬이 관객을 만났다. 여성 4인조 록 뮤지컬 ‘리지’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커튼콜로 호응을 얻었고, ‘틱틱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까지 록을 기반으로 한 라이선스 공연도 이어졌다. 글램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이터니티’(12월 27일 개막), 클럽 배경의 밴드 사운드가 특징인 ‘트레이스 유’(12월 4일 개막) 등도 록 뮤지컬 열풍을 이어간다.


이러한 록 뮤지컬 흥행은 최근 관람 문화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관객은 정적인 관람보다 함께 즐기는 공연을 선호한다. 배우와 함께 뛰고 소리 지르는 커튼콜이 공연의 일부가 되면서 록음악의 장르적 특징이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록 뮤지컬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다. 과거의 록이 주로 사회 비판과 저항을 노래했다면, 최근작들은 분열된 자아와 심리적 미스터리를 형상화하는 핵심 도구로 록을 차용한다. 강렬한 비트와 샤우팅은 인물의 광기와 내면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록 사운드의 강렬한 청각적 쾌감과 즉각적인 자극, 이른바 ‘도파민’을 좇는 현대 관객의 니즈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면서 “내면의 균열을 폭발적인 사운드로 표현하는 극적인 방식은 물론이고,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을 록 음악을 바탕으로 마치 하나의 콘서트처럼 연출하면서 관객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