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이후의 생존이라는 익숙한 설정을 벗어나, 청년 세대의 불안과 선택을 범죄물의 외피로 풀어낸 '콘크리트 마켓'이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장르와 세대 감각을 모두 관통했다.
ⓒ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는 홍기원 감독, 배우 이재인, 홍경, 정만식, 유수빈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콘크리트 마켓’의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물건을 사고파는 황궁마켓이 자리잡고,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재인이 어느 날 갑자기 황궁마켓에 들어와 모든 질서를 뒤흔드는 최희로, 홍경이 희로와 손 잡고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황금마켓 수금조 태진을 연기했다.
'콘크리트 마켓'은 웹툰 '유쾌한 왕따'에서 출발해 384만 관객을 모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그리고 후속편 '황야'로 확장돼 온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작품이다.
홍기원 감독은 "대지진 이후 사람들의 생존을 다룬다는 점 정도만 배경이 동일하고, 그 외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공간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새로운 관점으로 진행된 영화임을 소개했다.
홍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은 대부분 생존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콘크리트 마켓'은 클리셰를 비틀어 범죄물을 기본으로 하고 주인공도 그동안 조명하지 않은 10대로 설정했다. 스스로가 누군지 모르는 세대를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했다"라고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이어 "물물교환이라는 게 제일 중요한 공간이다보니 거래를 하는 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다루기 때문에 오로지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가 있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애초 7부작 시리즈를 목표로 출발한 '콘크리트 마켓'은 방향을 틀어 영화가 먼저 공개됐다. 홍기원 감독은 이에 대해 "이번 영화에는 여러 축의 서사가 자리한다. 희로가 세정의 복수를 수행하는 큰 줄기가 정리돼 있고, 이 외에도 조연 인물들과 각기 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서브 라인이 존재한다"며 "극장판에서는 사건의 흐름을 끊지 않는 데 집중해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인은 "극중 나이가 18살인데 촬영 할 때 제 나이도 18살이었다. 내가 이 나이일 때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 있겠구나 생각했다"라며 "호흡을 맞춘 배우 분들도 성인도 있었지만 또래들도 많았다. 이렇게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주목하는 작품에서 또래 배우들, 기둥같은 선배들이 계시니 연기를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라고 영화에 참여한 이유를 전했다.
이재인은 극 중 최희로라는 캐릭터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태도가 결국 그 사람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각 인물마다 위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지만, 히로는 '괜찮은 척'하며 정면으로 문제를 돌파하려는 친구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는 어른스럽게 전략을 세우는 듯하지만 내면에는 두려움이 있고, 회피하려다가도 결국 마주 서는 용기가 있다. 계산적인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도 많고, 눈물도 많은 아이"라며 "그 균열에서 인간적인 결이 드러나 재미와 매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홍경은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은 모두에게 있지만, 그 안에서 이 친구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결은 유난히 섬세하다"라고 김태진을 해석했다.
그는 "태진은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유약함과 취약성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들에서 따뜻함이 피어난다고 느꼈고, 그것이 이 캐릭터가 가진 여러 얼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홍경은 "지금보다 경험이 부족할 때 작업했는데 당시 저보다 재인, 수빈 배우가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좋은 자극을 받으며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홍경은 작품이 지닌 세계관적 재미에 자신감을 보이며 "일상에서 접할 법한 이야기의 재미도 있지만,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배경과 환경을 만나보는 즐거움도 크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 마켓'에도 그런 요소들이 충분히 담겨 있으니, 관객분들께서 자유롭게 발견하며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인은 영화가 청년 세대를 조명하는 방식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지내던 청년이 성인이 되며 맞닥뜨리는 변화는 개인에게 작은 재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 재난 앞에서 각자가 대처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며 "태진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희로처럼 스스로 어른인 척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은 젊은 세대에게 충분히 공감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재인은 "그것을 넘어 영화 자체의 서스펜스와 재미도 확실하다. 더 나아가 '덕질하기 좋은' 매력까지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콘크리트 마켓'에 애정을 표했다. 3일 개봉.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