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친 여고생이 자신의 범행 사실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유포되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서구 일대의 무인점포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중국인 남성.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JTBC
지난달 29일 한국NGO신문에 따르면 충남 홍성군 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이모(18)양은 9월2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양의 아버지는 "딸이 불법 유포된 CCTV 영상 사진으로 인해 한순간에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됐다"며 "극심한 절망감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주장했다.
이양은 사망 전 학교 근처 한 무인점포에서 2~3차례 계산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가져갔다. 훔친 아이스크림 가격은 다 합쳐 5000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양은 친구들에게 "돈이 없어서 할인점(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쳤다"며 "금액은 5000원 정도"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양의 절도 사건은 무인점포 사장이 이양의 범행 사실이 담긴 CCTV 영상을 평소 알고 지내던 공부방 사장에게 건네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공부방 대표는 학원생들한테 이 영상을 보여주며 "누군지 알아봐라. (아이스크림) 절도범이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군내 모든 학교에 모자이크도 안 된 영상이 퍼졌고, 이양의 오빠한테도 전달됐다. 오빠는 9월22일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고, 어머니는 무인점포 사장에게 전화해 다음 날 피해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양은 밤새 고민하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양은 사망 직전 친구에게 "어떡하지. 아 심장 떨려. 몇 배 물어야 한다는데", "뒤에서 수군거리고, 소문을 내가 어떻게 감당해"라고 무척 불안해 했다.
유족은 지난달 14일 무인점포 사장을 개인정보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공부방 대표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각각 홍성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양의 아버지는 "딸이 느꼈을 절망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막힌다. 아이의 핸드폰 속 마지막 문자를 보며 매일을 눈물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무인점포, 사적제재 어디까지 허용되나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무인점포의 '사적제재'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부는 "애초 도둑질을 한 학생이 잘못했다", "사건의 원인은 여고생이 일으킨 것" 등 당초 물건을 훔친 여고생이 잘못이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카드를 넣었는데 오류로 결제가 되지 않았고, 그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나갔는데 업주는 확인도 하지 않고 CCTV 장면을 인쇄해 아이의 얼굴을 박제한 경우도 있었다", "회사가 횡령하는 직원 신상도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는 시대인데 무인점포 업주들은 왜 예외적인 행동을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청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치안서비스는 한정된 복지인데, (무인점포 업주들이) 사유재산에 대해 최소한의 방범도 유지하지 않고 사소한 것으로 무한정 경찰을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며 "한 번은 모르고 한 실수여도 두세 번 반복되고 있다면 그 매장의 책임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상대의 동의 없이 얼굴을 공개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2022년 11월7일 인천 중구 한 무인점포에서 '포켓몬 카드' 등을 훔친 아이의 사진을 출입문에 게시했다가 40대 점주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