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영장사전심문제 도입땐 판사가 수사기관 지휘"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5.12.10 14:33  수정 2025.12.10 14:33

대법원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 방향과 과제' 공청회

소재환 부장검사 "우리 법원, 매우 엄격하게 수사기관 통제"

"사전심문제도, 현실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

"인권보호 공감…하지만 실체진실 발견 등 공익과 조화 필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연합뉴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개최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가 10일 이틀째를 맞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두고 현직 부장검사가 "현실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며 자칫 판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듯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소재환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원행정처와 법률신문이 공동으로 개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 방향과 과제' 공청회 토론에 나와 이같이 밝혔다. 법무부 추천으로 참석한 소 부장검사는 사전심문제 도입 배경에 대한 원초적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신속한 수사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 부장검사는 "사전대면심문제 도입 찬성 의견 측은 급증하는 영장 청구와 높은 발부율을 주요 논거로 제시하는데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에 따라 영장을 청구해 판사의 발부율이 높아진 것인데 어떻게 이것이 형사사법절차 운영 문제점으로 지적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정보화 시대에서 대부분 증거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 정보로 저장돼 있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영장청구 건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기본권 침해와 연결 짓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소 부장검사는 "수험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득점을 얻었는데 고득점 자체를 문제 삼고 페널티를 부과하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 디지털 증거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무관한 정보까지 대량 수사기관에 노출된다고도 지적하는데 직접 현장에서 보기 전까지 혐의와 관련된 자료인지를 알 수 없어 자료 확인은 관련성 여부 판단에 필수"라고 했다. 따라서 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별건 수사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통제는 사전심문제가 아닌 별도의 제도로 다뤄야 한다는 게 소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피의자의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에 반해 우리 법원은 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엄격하게 수사기관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관련 규정에 의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영장에 적시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에 한해 입수가 가능하다. 수사기관도 피압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10일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4세션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소 부장검사는 사전심문제가 도입됐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도 하나하나 짚었다. 그는 "압수수색 제도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범행 도구나 방법, 공범 간 대화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되는데 사전심문 절차가 추가되면 절차상 소요 시간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지털 성범죄, 마약, 보이스피싱, 기술유출 등 대부분 범죄는 증거를 삭제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 부장검사는 "영장 청구, 발부,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한데 사전심문을 위한 기일 지정과 대상자의 출석 일정 조율 등으로 인해 심각한 지연이 우려된다"며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증거가 삭제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저장정보 보관기관이 통상 1개월인 폐쇄회로(CC)TV의 경우 보관 기관 도과로 자동 삭제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사실상 판사가 수사기관을 지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소 부장검사는 "사전심문 대상은 통상 검사, 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될 예정이므로 수사의 밀행성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으나 사건의 심판자인 판사가 수사 담당자에 대한 심문을 통해 사실상 수사를 주재하고 지휘하는 상황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판사가 압수수색 방법은 물론 수사 방향까지 주재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 부장검사는 "현재 법원은 영장 사건만 해도 상당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는데 사전심문까지 도입되면 상당한 업무 부담이 발생해 영장전담 판사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법원의 업무 과부하로 인해 영장 발부가 지체될 수 있고 결국 부담은 범죄 피해자, 사회 전체에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특히 "사전심문제는 주요 선진국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제도다. 심지어 미국 연방대법원은 압수수색 중 별건 범죄와 관련한 증거에 대한 압수도 별도의 영장 없이 가능하다는 태도"라고도 했다.


소 부장검사는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에 대한 통제 및 인권보호의 필요성, 실체진실 발견의 공익에 대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사전심문제는 범죄를 막기엔 너무 느리고 권리 보호는 이미 다른 제도로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훨씬 더 많은 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기간 제한 제도를 완화하고 영장심사 단계에서의 조건부 석방제 도입 등 대안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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