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은 K-의료 경쟁력…생태계 활성화돼야" [내일의 닥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2.12 06:00  수정 2025.12.12 06:00

이창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로봇수술센터장 인터뷰

다빈치 Xi·SP 두 종류 운용…누적건수 경기도 1위

“내부 교육체계, 병원의 경쟁력…협업 구조 강화”



‘내일의 닥터’는 의료산업의 혁신 흐름을 읽습니다. AI·로봇·데이터가 바꾸는 병원 생태계,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기술·정책·시장 트렌드를 심층 분석합니다.



이창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환자와 대화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로봇수술은 한국의 의료 경쟁력 핵심 분야입니다. 이미 각 수술 분야에서, 한국의 로봇수술은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창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데일리안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로봇수술이 한국 의료의 경쟁력이 되는 순간’을 짚어달라는 요청에 이같이 답하며, 한국 로봇수술의 위상이 이미 세계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배경으로 국내 의료기관들의 오랜 투자와 축적된 역량을 꼽았다. 이 센터장이 몸담은 고려대 안산병원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최소침습수술연구회’ 조직을 시작으로 첨단 수술기술 연구에 나섰고, 이후 관련 센터를 잇달아 개소하며 국내 로봇수술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최근 로봇수술 40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첨단의료의 사명감, 로봇수술센터 설립”

이 센터장은 “2015년 경기 서남부에서 가장 먼저 로봇수술 시스템(다빈치 S)을 도입했다”며 “당시만 해도 로봇수술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정밀의료 시대를 선도하고 지역 환자들이 첨단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로봇수술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초기 도입 단계에서는 단순히 장비를 들여오는 것을 넘어 ‘안전성과 표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새로운 수술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진료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교육 체계, 술기 표준화 프로토콜, 그리고 임상적 효과를 검증할 연구 기반이 필요했다”며 “환자들이 로봇수술의 효과를 명확히 체감할 수 있도록 통증·출혈·감염 위험을 줄이고 흉터와 회복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전경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현재 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다빈치 Xi와 다빈치 SP 두 종류의 장비를 운용하며 환자·질환 맞춤형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4세대 시스템인 다빈치 Xi는 고해상도 3D 영상과 확장된 팔 가동 범위(149도→177도)를 바탕으로 기존 복강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밀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길어진 로봇 팔은 한 번의 도킹만으로 복강 4분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수술 효율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인다.


다빈치 SP는 단일공 수술에 특화된 장비로, 2.5~3cm 절개창 하나만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SP는 좁고 깊은 체내에서도 다관절 기구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수술 시야를 확보하는 데 용이해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며 “유방내분비외과, 비뇨의학과, 이비인후·두경부외과 등 미용적·기능적 완성도가 중요한 분야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두 시스템을 병행하며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 경기도 누적 건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진료과 간 협업 구조를 강화…술기 표준화 촉진”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의료진은 ‘관절 기능’을 꼽는다. 기존 복강경 기구는 직선적 움직임에 한계가 있어 봉합과 같은 정밀 술기의 숙련이 까다로웠지만, 로봇 관절이 이를 해결하며 술기의 안정성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내부 교육 체계 역시 병원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병원은 신규 장비 설명회, 월례 집담회 등으로 술기를 공유하며 진료과 간 협업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 시스템은 의료진의 로봇수술 접근성을 높이고 병원 전체의 술기 표준화를 촉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환자들이 로봇 수술을 믿고 택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 센터장은 “기술적 정밀성뿐 아니라 병원이 제공하는 설명 영상 등 콘텐츠가 환자의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각 진료과 의료진이 참여한 설명 영상은 환자가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로봇수술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협력 모델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이 센터장은 “병원 내부에서 여러 진료과가 함께 술기를 공유하듯, 국내 로봇수술 전문가들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표준화를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한국로봇수술학회(KAROS)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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