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게임 중독 아니다" 공식 선언
정책 기조 규제→진흥…K콘텐츠 핵심축 부상
IP 프랜차이즈 전략 강화로 재도약 기반 마련
내년 서구권 정조준…PC·콘솔작에 성패 좌우
지난달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 현장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올 한해 국내 게임사들은 기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들의 잇단 흥행으로 내년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IP의 확장성과 수명을 입증하며 사업 구조 전반의 안정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사업 성과와 함께 산업을 둘러싼 대외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오랜 기간 게임 산업을 따라붙었던 '중독' 논란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서 제도적·사회적 위상을 회복했다는 점이 의미있는 성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긋고, 게임을 K-콘텐츠의 핵심 축으로 언급하면서 산업 전반의 인식 전환을 이끌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세제 지원 확대 등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3N 'IP 프랜차이즈' 주력…마비노기·아이온·세븐나이츠 약진
'3N'으로 통칭되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올해 공통적으로 IP 프랜차이즈 전략에 주력했다. 단일 게임 흥행에 의존하기보다,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파생 작품을 확장하며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올해 출시된 IP 활용작 모두 초반 반짝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 흥행 반열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 간판 IP 전반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월 출시된 하드코어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IP를 서구권으로 확장하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솔 기반의 묵직한 타격감과 완성도 높은 전투 설계로 오픈크리틱과 메타크리틱에서 80점대의 우수한 평가를 기록했다.
마비노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9개월 차에도 흥행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MMORPG 장르 특성상 이용자 연령대가 높다는 통념과 달리, 1020대가 전체 이용자의 66%를 채우고 있다. 이미 매출은 약 반년새 3000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 키우기'는 올해 전 세계 방치형 RPG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두달 차에도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유지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2008년 국민 MMORPG로 불렸던 '아이온'의 후속작 '아이온2'를 선보이며 IP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아이온2는 출시 5주차에도 80% 이상의 리텐션(이용자 유지율)을 기록 중이며, 이달 초 누적 매출은 500억원을 돌파했다.
넷마블은 'RF 온라인'을 재해석한 'RF 온라인 넥스트'와 '세븐나이츠' 기반의 '세븐나이츠 리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RF 온라인 넥스트는 PC 게임 원작의 정체성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 재구성하며 출시 직후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석권했다. 세븐나이츠 리버스도 최신 게임 트렌드를 반영해 재탄생한 작품으로, 출시 7시간 만에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며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네오위즈는 콘솔 대표작 'P의 거짓'의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P의 거짓: 서곡'을 출시해 IP 프랜차이즈화의 초석을 다졌다. DLC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으며 원작과 DLC의 합산 판매량은 300만장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드림에이지가 가수 세븐틴 IP를 활용해 출시한 퍼즐 게임 '퍼즐 세븐틴'도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출시 8개월 차에도 50%에 육박하는 잔존율을 이어가고 있으며, 아티스트 관련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기점으로 반등을 반복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멤버 '에스쿱스'와 함께 한 라이브 방송 직후에는 글로벌 이용자 신규 유입이 157% 증가하며 론칭 이후 최고 트래픽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게임 중독 아니다" 입장 밝혀…규제→진흥 돌아선 정책 기조
사업적 성과와 함께 정책 환경도 산업 성장에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게임을 국내 콘텐츠 산업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면서 정책 기조가 '규제'에서 '진흥;으로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인식 변화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게임사들이 개발에만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게임업계는 2019년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이후, 국내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등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KCD에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될 경우, 게임이 공식적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로 규정돼 각종 정책·법령에서 새로운 규제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지난 10월 주요 게임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게임을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해 (한국 게임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며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를 사회적 합의 이후 재논의할 것을 제안했고,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이 긍정적으로 답하며 이번 KCD 개정안과는 별개 사안으로 정리됐다.
정부는 게임을 'K-콘텐츠 산업 300조원 시대'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도 지목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게임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업계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 펀드 투자 활성화, 게임 제작 환경의 AX(인공지능 전환)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와 게임물 등급분류의 민간 이양 등이 담겼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정부 정책 기조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펄어비스 차기작 '붉은사막'이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2026년 PS5로 출시될 최고의 기대작'으로 소개됐다.ⓒ펄어비스
내년 글로벌 시장 본격 출사표…무기는 '갈고 닦은 콘솔작'
2026년을 기점으로 국내 게임사들은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특히 장기간 개발해 온 콘솔 게임들이 순차적으로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가장 먼저 공개되는 작품은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다. 내달 모바일·PC·콘솔 플랫폼으로 동시에 출시된다. 전 세계에서 5500만부가 팔린 일본 만화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RPG로, 출시에 앞서 다수의 게임쇼를 통해 인지도를 쌓아 왔다.
이어 3월 펄어비스의 차기작 '붉은사막'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공략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AAA급 액션 게임으로, PC·콘솔 기반으로 14개 언어를 지원한다. 직접 개발한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방대한 규모의 오픈월드, 깊이 있는 서사와 액션 등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엔씨소프트는 PC·콘솔 기반 택티컬 슈터 '신더시티'를, 크래프톤은 PC·콘솔 기반 '서브노티카2'를 개발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PC·콘솔 기반 액션 RPG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무대 도전이 본격화되며 내년이 새로운 도약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게임 시장의 관심은 PC와 콘솔로 이동할 전망"이라며 "2026년 출시가 예상되는 PC·콘솔 대작들은 글로벌 수요를 기반으로 국내 게임사의 성장을 결정할 것이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크래프톤의 '서브노티카2'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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