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선물로는 많고, 공천헌금으로는 적다?
탄원서는 김현지 거쳐 김병기 본인에게로
민주당, 진상 규명 아닌 은폐를 선택했었다
환부 도려내겠다지만 환부는 민주당 자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신상발언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공천을 대가로 지역보좌관에게 1억원이 전달된 날 저녁,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를 찾아가 강선우 의원이 울먹이며 한 말이다. 이 말은 1억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공천과 결합될 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당사자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 다음날, 경쟁자 둘을 제치고 1억원을 건넨 쪽이 단수 공천을 확정받는다.
강선우 의원이 울먹이며 "살려달라"고 말하던 그 순간,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을까. 오히려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이미 자신도 같은 방식에 발을 담근 사람으로서, 동지 의식을 느끼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시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1억원이 오갔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
2020년 1월 설 연휴 무렵, 동작구의 한 아파트. 현금 500만원이 동작구 구의원을 통해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아내 손에 건내진다. 그리고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구정 선물로는 너무 많고, 공천 헌금으로는 적다."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공천을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더 많은 금액을 가져와야 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발언이다.
몇 개월이 지난 뒤, 다른 구의원은 2000만원을 들고 찾아온다. 그 사이에 오간 계산과 암묵적 합의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새해 벽두부터 터진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 그리고 녹취록과 탄원서, 현금 봉투와 쇼핑백. 이 장면들은 과거 낡은 정치의 잔재가 아니라, 민주당의 생생한 현재이다. 민주당은 원시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돈으로 맞바꾸는 정당이 돼 있다.
1억원에 매겨진 민주당 공천 가격표
1억원. 민주당 서울시의원 공천의 시세다. 공천을 좌우하는 기준은 능력도, 자질도, 당원들의 지지도 아니다. 현금이 민주당 공천의 기준이 된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썩은 금권 정치" "부패한 정치"를 비판해왔다. 그러나 그 말들은 민주당 자신의 초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강선우 의원과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나중에 돌려줬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그게 사안의 본질일까. 받은 순간 이미 범죄이고, 받은 상태에서 공천이 이루어졌다면 그 죄질은 더욱 무겁다. 공천을 받고 난 뒤 돌려줬다면, 그것은 '계약 이행 후 결제 취소'가 아니라 '완료된 뇌물 거래의 사후 흔적 지우기'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강선우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탄원서, 당대표실에서 비리 당사자에게로
2023년 말. 누군가는 용기를 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 헌금 의혹을 적시한 탄원서를 "이재명 대표님께"라는 말로 시작해 이재명 당시 당대표실로 제출했다. 제보자의 양심이 담긴 글이다. 당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즉시 내부 감찰과 진상 조사가 시작됐어야 했다.
그런데 그 탄원서는 어디로 갔나. 당대표실에 도착한 탄원서는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 가 있는 김현지를 거쳐 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 본인에게 전달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는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라" "입을 막으라"라는 신호로 읽힌다. 당 지도부가 '진상 규명'이 아니라 '은폐'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결국 2024년 총선에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듯 멀쩡히 공천을 받았다. 3선에 성공했다. 반면 탄원서를 쓴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정치적·사회적 침묵 속에 묻혔다. 민주당이 보호한 것은 공천 헌금 의혹의 당사자였다.
도둑이 도둑 잡겠다고
정청래 대표가 나섰다. "환부를 도려내겠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정작 정청래 대표 본인도 자기 밑에서 과거 보좌관과 시의원을 했던 인물이 비위 의혹에 휘말리는 등 이런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인물로 지적돼 왔다. 그런 사람이 "컷오프 없는 열린 경선"을 외친들 누가 믿겠는가. 도둑이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실제 환부는 민주당 조직 그 자체다. 공천이 돈으로 거래되는 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밴 민주당의 유구한 정치 문화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치 개혁을 외치고 공정을 말했지만, 정작 당 내부에서 가장 노골적이고 원시적인 방식의 부패를 일삼아 왔다.
민주당은 "컷오프 없는 열린 경선" "1인 1표제" 같은 뻔하디 뻔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현금을 받고 공천을 해주는 구조가 고착화된 이상,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그 근본이 바뀌지는 않는다.민주당의 정치적 DNA는 이미 부패로 깊이 물들어 있다.
진보의 깃발을 내린 정당, 돈만 남았다
민주당 안에 남아 있는 것은 권력을 향한 욕망뿐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을 받고, 공천을 거래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를 당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덮는 정당이 되어 버렸다.
정청래 대표가 무엇을 외치든, 강선우 의원이 탈당하든,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윤리심판원에 회부되든 달라지는 건 없다. 이미 국민에게 민주당은 "돈으로 공천을 사고파는 정당"이다.
민주당이 한때 내세웠던 정치 개혁, 공정한 사회, 부패 척결의 깃발은 내려졌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쇼핑백과 봉투에 담긴 돈뭉치뿐이다.
1억원짜리 공천, 3000만원짜리 공천. 민주당의 공천 가격표가 온 국민에게 드러났다. 민주당은 스스로를 개혁의 주체라 부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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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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