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32조원 증발…5대 은행, 코스피 고고행진에 머니무브 '발등 불'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1.08 07:37  수정 2026.01.08 07:37

사상 처음 코스피 4600선 돌파 등

증시 호황에 은행 정기예금 썰물

"잔액 지켜라" 수신 방어 총력

이날 오전 코스피가 사상 처음 4600선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

지난 한 달 새 국내 5대 은행 정기예금에서 30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앞다퉈 예금금리를 인상했지만, 증시 호황 등으로 머니무브가 본격화 되면서 역부족인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9조2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32조7034억원 급감한 수치다.


앞서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14조8674억원, 11월 6조4208억원 증가한 바 있다.


지난 한 달 간 이탈한 금액이 이전 두 달 동안의 증가분을 뛰어넘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금 이탈의 주된 원인으로 증시 호황 등으로 인한 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꼽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되고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은행 예금 대신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오전 장중에 사상 처음으로 46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중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자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유동성 확보와 수신 잔액 유지를 위해 예금금리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은행들은 수신 방어을 위해 예·적금 금리를 높였는데, 새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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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니,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자금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은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를 0.1%포인트(p) 올려 3.00%로 제공한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역시 0.1%p 인상해 최고금리가 연 3.0%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예금금리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대출금리는 상단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으로 대출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동시에, 상생 금융 기조로 인해 대출금리를 무작정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당분간 예대금리차가 더 축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금금리 인상은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으로 직결되지만, 대출금리는 규제와 여론의 영향으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연초에는 통상 자금 수요가 많은 데다, 최근처럼 증시로 자금이 쏠리는 시기에는 금리 메리트가 없다"며 "대출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데 수신 경쟁만 치열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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