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전세대출 1조원 '증발'…이사철에도 '숨통 조이기' 가속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1.13 06:56  수정 2026.01.13 06:56

DSR 포함·실거주 의무 등 규제에

부담 커진 차주, 월세로 옮겨갔나

신년에도 '대출 죄기' 이어갈 예정

서울 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시민이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최근 3개월 사이 1조원 가까이 급감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대표적인 서민 대출로 꼽히던 전세대출마저 본격적인 빙하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사 철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총 99조2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8648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사실상 분기당 1조원에 육박하는 대출금이 사라진 셈이다.


전세대출 잔액이 이처럼 가파르게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간 전세대출은 전셋값 상승과 맞물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핵심축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은행권의 대출 문턱 높이기와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가 맞물리면서 수요 자체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감소세의 주요 원인은 강화된 부동산 및 금융 규제다.


정부는 지난해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1주택자의 전세자금 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했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자 추가 대출을 받으려던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 정책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 전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2년간의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면서 관련 대출 수요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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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올해 새해를 맞아 대출 총량이 리셋되면서 중단했던 대출 영업을 속속 재개하고는 있지만, 이전과 같은 공격적인 영업은 지양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사철을 맞아 실수요자들이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거시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사 철을 맞은 실수요자들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에는 연말 대출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권이 연초부터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은행들이 특정 월에 대출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월 단위로 대출 한도를 배분하고, 목표치를 초과할 기미가 보이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연말 '대출 셧다운'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공격적 대출 영업을 자제시키면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곧 이사 철 수요가 몰리는 시기인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결국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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