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인구 10% 집결…“그린란드는 이미 위대하다·매물이 아니다”
코펜하겐 등 덴마크 전역 확산…미 의회 대표단도 병합 반대 입장
美 여론 냉담…그린란드 병합 찬성 17%·군사 점령 찬성 4%
17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항의하며 미국 영사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발언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와 덴마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린란드를 확보하겠다”며 병합 의지를 노골화한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항의 집회다.
뉴욕타임스, CNN,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약 5000명이 모여 트럼프 행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는 그린란드 전체 인구(약 5만6000명)의 10%에 가까운 규모로, 현지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다. 시위에는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총리를 비롯해 각계 인사와 시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그린란드 국기를 들고 미국 영사관을 향해 행진하며 ‘양키는 집으로 가라’, ‘그린란드는 이미 위대하다’, ‘NO는 NO를 의미한다’,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틀어 ‘미국 물러가라’(Make America Go Away)라고 적힌 모자를 착용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미 ICE가 너무 많다’라고 쓴 팻말도 등장했다. 최근 미국에서 지탄받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 단속과 동토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을 동시에 꼬집은 말이다.
한 여성 참가자는 CNN에 “우리는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남성 참가자는 “이런 공격적인 접근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군이 우리나라를 장악하려 한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싱크탱크 북극허브의 아비야야 로싱올센은 NYT에 “우리나라의 자결권과 국민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며 “이번 사안은 그린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와 연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시위 조직을 도운 누크 주민 크리스티안 요한센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비롯해 오르후스, 올보르, 오덴세 등 주요 도시에서도 그린란드 연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그린란드에서 손 떼라’,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덴마크·그린란드 국기를 흔들며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덴마크 내 그린란드 연대 단체인 이누이트공동연합의 카밀라 시징 의장은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자결권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많은 이들이 그린란드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덴마크를 방문 중인 미국 양당 의원 11명도 기자회견을 열어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한다는 연대 메시지를 냈다.
대표단을 이끄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일부이며 덴마크는 미국의 나토 동맹국”이라며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린란드 합동 군사훈련에 병력을 보낸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8개국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10%, 오는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구매하기 위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2∼13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설문에서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찬성한다는 미국인은 17%에 그쳤다. 군사력을 동원한 그린란드 점령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4%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사가 “가짜”라고 반박하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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