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재심에 삭발·단식까지…잡음으로 얼룩진 국민의힘 공천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6.03.27 00:10  수정 2026.03.27 00:10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공천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 의원은 법원에 공천배제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뉴시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혁신 공천'으로 인해 국민의힘 내부가 어수선해지고 있다. 이 위원장이 지속된 컷오프(공천 배제) 카드를 남발하면서, 이에 반발한 예비후보들이 가처분 및 재심 신청이나 삭발 또는 단식 등 극한 투쟁을 벌이면서다. 당내에선 이미 구도가 불리한 선거에서 공천 관련 잡음이 지속될 경우 당력이 모이지 않아 사전 선거 운동에서 불리한 것은 물론, 여당을 상대로 할 본선에서의 경쟁력 역시 약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관위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 컷오프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을 사당화하려는 정략적 사천에 맞서 싸우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컷오프에 반발해 가처분을 낸 건 주 부의장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현역 광역단제장으로는 처음으로 컷오프 된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 18일 서울남부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지사는 지난 23일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해 "국민의힘이 명확한 기준도 없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컷오프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가처분을 신청하기 전 삭발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가처분과 같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하진 않았지만 '재심'을 청구하는 예비후보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주 부의장과 함께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도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컷오프 당한 박맹우 전 울산시장이 대표적이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으로 울산시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박 전 시장은 공관위가 김두겸 현 울산시장을 후보로 단수 공천하자 지난 18일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이다.


삭발과 단식 투쟁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에서 공천 배제된 김병욱 전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정한 경선을 촉구하며 머리를 밀었다. 삭발을 마친 김 의원은 "포항시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 공정한 경선이 이뤄질 때까지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까지 단식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전 의원은 이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 공천 결과에 반발해 투쟁에 나서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 중구청장에 도전장을 냈다 컷오프 된 길기영 예비후보는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경기 고양시장 경선 기회를 얻지 못한 오준환 전 경기도의원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삭발식을 감행한 뒤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지방선거 국민의힘 포항시장 예비공천에서 컷오프 탈락한 김병욱 전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정경선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이 같은 반발과 투쟁이 단순히 경고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수 지지층 표심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단 점이다. 주 부의장은 가처분 기각 시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선 "나는 기각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주 부의장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경우 대구시민들의 표심이 쪼개져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무소속 출마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너무 잡음이 많은 공천에 국민들의 눈쌀이 찌푸려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판국에 지역에 가면 벌써부터 후보 하나 제대로 못 뽑냐는 말을 듣는다"라며 "야당 공천은 노이즈 마케팅 중심으로 가는게 좋다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잡음으로 얼룩진 후보 공천이 끝날 경우, 당력이 하나로 집중되지 않을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단 점이다. 당 차원에서의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를 도와 함께 선거 운동을 해야할 경쟁자들이 공천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고 당을 돕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머리깎고, 단식하고, 법원까지 찾아간 후보들이 결국 후보가 안 될 경우 잘못했다고 하면서 다른 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서 헌신을 해주겠느냐"라며 "경선을 거쳐 결정을 해주면 이런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을 텐데, 공관위가 조자룡 헌 칼 쓰듯 컷오프를 하니까 반발만 더 커진 것이다. 선거는 같이 치러도 이길까 말까인데 일부러 적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당내에선 지금이라도 공관위가 확고한 기준을 후보들에게 제시해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컷오프를 하더라도 기준이 뭔지 또 왜 잘랐는지를 알아듣게 설명해주면 그들(후보)도 납득할텐데, 이번 공천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칼만 휘두르는 상황"이라며 "혁신 공천이라는 허황된 말만이 아니라 공관위원장이 왜 자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얘기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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