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정은 교수 연구팀…태양계 비밀 풀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규산염 결정화 과정 입증
태아별을 만든 물질의 규산염 특징.ⓒ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국내 연구진이 뱀자리 성운의 태아별 ‘EC 53’에서 규산염 결정화 과정과 원반풍에 의한 이동 과정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인류 최고의 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서다.
이는 행성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공한 것으로, 지구형 행성과 혜성을 구성하는 핵심 물질인 규산염의 진화 과정을 밝혀낸 세계 첫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고온서 형성되는 ‘결정질 규산염’ 발견…폭발적 질량 유입 가능성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이정은 교수 연구팀은 별이 생성될 때 규산염이 결정화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관측,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규산염은 지구형 행성과 혜성을 구성하는 핵심 광물로, 행성 형성 과정의 물리적·화학적 조건을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결정질 규산염은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섭씨 6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극도로 차가운 태양계 외곽에 위치한 혜성에서 결정질 규산염이 발견되면서 고온 환경에서 형성된 물질이 어떻게 태양계 외곽으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연구진의 연구도 이러한 의문점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전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난류 혼합’이나 ‘대규모 물질 이동’ 등의 가설을 세워 추측하는 데에만 그쳤을 뿐 규산염의 결정화와 이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관측되는 증거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별 형성 초기 단계인 태아별 단계에서는 두꺼운 가스와 먼지 외피로 인해 관측이 어려워 규산염의 광물학적 진화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들은 별의 형성이 연속적인 과정이 아니라 ‘폭발적 질량 유입(accretion burst)’이 반복되는 방식으로 진행됨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폭발 현상이 원반을 고온으로 가열해 규산염 결정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러한 배경에서 폭발적 질량유입이 실제로 규산염 결정화를 일으키는지, 형성된 결정질 규산염이 혜성 형성 영역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관측으로 검증하고자 수행됐다”고 말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등장과 태아별 ‘EC 53’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태아별 EC 53의 중적외석 분광 스펙트럼.ⓒ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별이 태어나는 과정을 연구해오며 태아별의 폭발적 질량 유입이 혜성을 구성하는 성분의 화학적 상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관측할 수 있는 감도와 해상도를 가진 망원경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이론적 예측을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확보됐고, 그간 구상해 온 연구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관측 시간을 확보한 연구팀은 뱀자리 성운에 위치한 태아별 ‘EC 53’에 주목했다. EC 53은 약 18개월 주기로 밝기가 변화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폭발기와 휴지기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천체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중적외선 분광기(MIRI)를 이용해 EC 53의 휴지기와 폭발기에서 각각 관측을 이어 나갔다. 그 결과 폭발 단계에서만 결정질 광물의 스펙트럼이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규산염 결정화가 태아별에 가까운 뜨거운 원반 안쪽에서 실제로 일어남을 확인하는 결과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추적하는 대역에서는 결정질 성분이 나타나지 않아 해당 결정질 규산염이 기존에 존재하던 물질이 아니라 폭발 단계 동안 고온의 원반 내부에서 새롭게 형성됐음을 확인했다.
원반풍…행성계 형성 과정에 적용할 수 있어
자기유체역학적 원반풍에 의한 규산염 결정화 및 재분배 모식도.ⓒ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연구팀은 또 원반 안쪽에서 생성된 결정질 규산염이 원반풍에 의해 차가운 외곽으로 운반될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원반풍은 원시행성계원반의 안쪽 영역에서 가열되거나 자기장 작용에 의해 발생해 원반 표면을 따라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가스 흐름을 의미한다.
원반풍은 원반 내부에서 형성된 물질을 외곽 영역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며 별 형성 과정에서 질량과 각운동량을 조절하고, 원반의 진화·행성 형성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는 연구팀이 오랜 기간 연구하며 쌓아온 이론적 예측이 관측을 통해 증명돼 결실을 맺게 된 것으로, 결정질 규산염의 생성과 이동 원리를 밝혀낸 세계 최초의 결과다.
연구는 별 형성의 매우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폭발적 질량 유입이 규산염을 실제로 결정화시키고, 형성된 결정질 규산염이 원반 외곽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관측으로 최초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아울러 별 형성 과정에서의 폭발적 진화가 원반의 광물학적 성질과 행성 형성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태양계뿐 아니라 다른 항성 주위의 행성계 형성 과정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경험이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진 사례”라며 “앞으로 후속 관측을 이어 나가 규산염 결정화와 물질 이동 과정의 보편성과 진화 단계에 따른 의존성을 검증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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