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내준 돈 1년 새 24조원 '쑥'
개인사업자 대출은 감소
실수요자 제도권 밖으로 '우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직원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국내 주요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1년 새 24조원 이상 급증하며 840조원 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기업금융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장님' 대출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면서, 정작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총 844조7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820조5821억원보다 2.94%(24조143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기업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기업금융 영업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체 기업대출 규모는 확대됐지만, 차주별로 대출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성장을 견인한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들 은행이 지난해 말 대기업에 내준 대출 잔액은 170조2992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7.54%(11조905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674조4264억원으로 3.98%(13조3863억원) 늘었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조1893억원 줄면서 324조43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 능력이 확실하거나 재무 상태가 양호한 기업 위주로 선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신용도가 낮은 개인사업자들은 대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권이 개인사업자 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주된 이유는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자, 은행들이 부실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대출 실행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2%로, 한 달 새 0.08%포인트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출 양극화가 실물 경제에 부작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 수혈이 절실한 소상공인들이 제1금융권에서 소외될 경우, 2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이나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는 곧 가계와 자영업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리스크가 커진 개인사업자 대출보다는 담보가 확실하거나 신용도가 검증된 기업 대출 위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대출 총액을 늘리는 것을 넘어 자금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분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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