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맞교환 3년여 만에 평가차익 1조1000억원대
매각보다는 보유 무게…6G·자율주행 협력 이어갈 듯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6 현대자동차그룹 미디어 데이에서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무대 위로 걸어 나와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 효과에 함박웃음을 짓는 의외의 기업이 있다. 3년여 전 현대차그룹과 자사주 맞교환을 단행한 KT다. 현대차그룹의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며 보유 지분의 평가차익만 1조원을 넘어서는 '잭팟'이 터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현대차그룹과 미래 모빌리티 동맹을 위해 2022년 9월 8일 지분 교환을 단행했다.
당시 KT는 현대차 4456억원(221만6983주, 1.04%), 현대모비스 3003억원(138만3893주, 1.46%)어치 자사주를, 현대차그룹은 KT 자사주 7459억원(7.7%, 총 2010만5609주)을 교환방식으로 상호 지분을 취득했다. 당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종가(9월 6일)는 20만1000원, 21만7000원이었다.
양측의 자사주 교환 거래는 상호 주주가 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사업 제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협업 실행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양측 모두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했었다.
미래 모빌리티 동맹을 위해 맺은 이 '지분 혈맹'은 3년 4개월이 지난 현재,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흥행과 주가 급등에 힘입어 1조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안겨주는 '효자 자산'으로 거듭났다.
올초 열린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선보인 아틀라스가 ‘피지컬 AI’ 기술력을 입증하면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지난 21일 각각 54만9000원, 48만7500원으로 마감했다.
3년 새 주가가 2배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KT가 보유한 양사의 지분 가치는 총 1조8918억원으로 뛰었고, 이에 따라 평가차익만 1조1459억원을 거두게 됐다. 이는 KT 시가총액(21일 기준 13조9500억원)의 약 8%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KT는 같은 기간 주가가 3만7100원에서 5만5300원 오르는 데 그쳐, 현대차그룹의 평가차익은 365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양측 평가차익 격차는 3배 이상으로 KT가 더 크게 웃을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현대차가 레거시 완성차 기업 중 피지컬 AI 전환이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기능을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을지에 따라 한번 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휴머노이드 학습에 제조 인프라, 공정 제어, 대규모 생산 데이터를 제공하며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주요 부품인 액추에이터 개발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KT의 평가차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별도의 현금 투입 없이 자사주 교환으로만 이 같은 이득을 거둔 만큼 KT로서는 지분 '잭팟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KT가 보유한 현대차·모비스 지분은 회계상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되지만 현대차·모비스가 KT 대주주(합산 8.07%)인 점,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단계인 점 등을 고려해 당장 차익 실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와 현대차그룹의 관계가 이어지는 한 MECA(모빌리티 서비스, 전기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분야에서 차량 기술 고도화에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 규격을 공동 개발하거나, KT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EV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향후 사업 방향성에 따라 자본 배치에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산 중 매도가능증권은 중장기적으로 자본배치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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