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집값에 숨이 ‘턱’…서울 무주택 청년 ‘100만 시대’
전방위 규제로 애먼 실수요자, 청년들도 ‘피해’ 호소
디딤돌·보금자리론 실효성 낮아…현금부자만 ‘방긋’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 '도전하는 과학자, 도약하는 대한민국'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청년 주거 불안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전방위 규제로 청년들의 내 집 마련 통로는 좁아지고 전월세 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년층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한 정부의 정책대출은 서울 등 수도권의 가파른 집값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30~39세 미만 무주택 가구는 99만2856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준으로 서울 무주택 청년 가구 수가 100만가구에 달하는 셈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총 204만5634가구로 2015년(166만3270가구) 대비 22.9% 확대됐다.
반면 서울에 주택을 보유한 청년층은 줄었다. 지난 2015년 27만3411가구에서 2024년 21만6129가구로 20.9% 감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장 과열의 중심에는 다주택자가 자리하고 있다며 이들을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며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묻기도 했다.
ⓒ데일리안DB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선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오히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생아 우선 공급분 청약에 당첨된 신혼 가장 A씨는 정부 규제로 주택 마련 기회를 날리게 생겼다며 최근 정부와 이 대통령을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소송 제기는 6·27 대출규제로 청약 당첨된 주택의 잔금 대출이 막히면서 이뤄졌다. A씨가 잔금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집단대출로 받은 중도금(분양대금의 50%)을 전액 상환해야 하지만 정부 규제로 6억원 초과하는 대출이 전면 차단돼 선택지가 없어졌단 것이다.
A씨는 계약이 무산되면 청약 기회마저 사라지게 되고 현재 거주 중인 집은 새 세입자가 들어올 예정이어서 거주할 곳도 잃게 된다고 호소한다.
다주택자 매물 나와도 자금력 부족한 청년들 ‘그림의 떡’
집값 상승 못 따라가는 정책…계층별·지역별 규제 및 지원 달리해야
여기에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 및 경기도 일부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 차등 적용과 함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역시 70%에서 40%로 낮아져 매매시장 진입 문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청년층 내 집 마련을 위해 운영 중인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들 상품은 무주택 청년 및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최장 50년 만기 연 2~3%대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상 주택이 5억~6억원 이하로 제한되는 데다 연 소득 기준 등 요건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6·27 대책 이후 대출 한도 역시 유형별로 2억~최대 4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이를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10만원에 이른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9029만원 수준이다. 소위 ‘부모찬스’를 쓸 수 있는 ‘금수저’나 ‘현금부자’ 등 일부 무주택 청년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급매물이 늘어나는 등 매물 출회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역시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층이 이들 매물을 받아내긴 힘들어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 계층에 따라 수도권·비수도권에 따라 정부 정책을 세분화해 전략적으로 펼쳐야 하는데 일괄적으로 다 묶어버리고 정부 규제의 명분으로 청년 주거 안정을 내세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춰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마련해 주되 무주택자들은 필요하다면 주택을 살 수 있도록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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