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년연장 논의 6개월 연장에 '안도 속 경계'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1.23 14:40  수정 2026.01.23 14:40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노사 이견에 활동 6개월 연장키로

경영계 정년 연장 아닌 '퇴직 후 재고용' 제도 도입 주장

경총 "계속 논의해야" 중기 "유연성 있는 제도 설계되길"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본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65세 법정 정년 연장' 논의를 6개월 더 이어가기로 하자, 재계는 일단 안도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논의 기간이 연장되긴 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정책 의지가 분명한 만큼 언제든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65세 법정 정년 연장 문제를 6개월 시한을 갖고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특위는 지방선거를 전후를 목표로 관련 법안 마련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주영 정년연장특위 간사는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노사 간 간담회를 추가로 열어보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간사는 "노사 실무 TF를 통해 업종별로 노사 간담회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기술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대응 방안 역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동자총연맹과 정책협약을 체결하며 65세 법정 정년 연장 연내 입법을 약속했고, 이는 이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다.


지난해 말까지 특위에서 검토됐던 안은 총 세 가지다. 1안은 2028년부터 2036년까지 2년마다 정년을 1년씩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이다. 2안은 2029년부터 2039년까지 정년을 상향하되 61·62세는 3년에 1년씩, 63·64세는 2년에 1년씩 늘리는 안이다. 3안은 2029년부터 2041년까지 3년 단위로 1년씩 연장하는 방안이다. 세 안 모두 이재명 정부 임기 종료 시점인 2030년 6월 이전에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방식이다.


2025년 11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노사 양측의 반발로 연내 입법은 무산됐다. 노동계는 국민연급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에 달하는 2033년까지는 정년 연장을 완료해 소득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일률적 정년 연장이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 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며, 불가피하게 정년을 늘릴 경우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 회원사 151개(응답기업 기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2.9%는 2026년 노사관계가 2025년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 요인으로는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조합의 요구 다양화'가 52.7%(복수응답)로 가장 많이 꼽혔다. 기업 경영에 가장 큰 부담이 될 고용·노동법안으로는 '법정 정년 연장'이 70.2%로 높게 나타났다.


경총은 "법정 정년 연장은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법정 정년연장 시 그 혜택은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인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고령자와 청년 간 일자리 경쟁 격화로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고령층 고용이 1명 증가할 때 청년층 고용은 0.4~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장기근속 근로자의 임금은 1년 미만 근로자의 3배 수준으로, 고령자 고용 확대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연간 30조2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20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정년연장특위에서 "노동시장에 있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정년 연장은 또 어떻게 할 것이며, 청년 고용 문제, 노동 시장의 양극화 문제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잡혀 있다"며 "계속 논의를 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일본의 경우에도 법적 정년은 60세인데 '65세 또는 70세까지 정년 연장을 위해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 정도로 돼 있고, 수십 년 동안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퇴직 후 재고용,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중에서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일본 정도의 선택지를 기업이나 근로자한테 준다면은 경영계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도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최근에 여러 가지 경제가 실제로 아래로 갈수록 어렵다는 의견도 많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K자형 성장'에 대한 우려, 그걸 극복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률적으로 이제 몇 년까지 정년을 연장한다는 부분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생산성 격차가 더 확대될 우려도 있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고 적용 가능한, 유연성이 있는 제도가 설계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말부터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정년연장 입법을 촉구해왔지만, 정년연장특위가 추가 논의를 결정하면서 재계는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논의 기간이 연장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책 방향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현장의 부담과 고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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