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노트북 시대'... 반도체 호황의 역설, 전자제품 인플레 열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1.26 13:46  수정 2026.01.26 13:46

메모리 쇼티지의 역설…반도체 호황, PC·가전 원가 압박으로

LG 그램 프로 AI 2026 제품 이미지.ⓒ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신형 노트북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AI PC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고성능 메모리와 프로세서 탑재가 '기본값'이 된 반면, 반도체 가격 급등이 출고가 인상으로 직결되며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의 가격 상단이 빠르게 뚫리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 북6 프로'는 14인치 모델이 341만원, 16인치 모델이 351만원으로 책정됐다. 프리미엄 라인인 '갤럭시 북6 울트라'는 사양에 따라 463만~493만원에 달한다. 전작인 '갤럭시 북5 프로'와 비교하면 100만원 이상 인상된 수준으로, 소비자용 노트북이 사실상 '500만원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도 신형 '그램 프로 AI' 16인치 모델 출고가를 전작보다 약 50만원 높은 314만원으로 정했다. AI 기능을 앞세운 신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지만, 가격 부담 역시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AI PC'갤럭시 북6 울트라'와 '갤럭시 북6 프로'로 고화질 영상을 편집하는 모습ⓒ삼성전자ⓒ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AI 기능 고도화가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북6 시리즈에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적용하고, NPU 기반 온디바이스 AI 작업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자체 LLM '엑사원(EXAONE) 3.5'을 탑재하는 등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성능을 포기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AI 경험의 대중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해서는 고용량 메모리와 고사양 저장장치가 필수다. 결국 사양을 높일수록 가격이 오르는 구조적 한계에 제조사들이 직면한 셈이다.


이 같은 원가 압박의 핵심에는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초 1.35달러에서 지난해 연말 9.3달러까지 1년 만에 약 7배 급등했다.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가격도 1년 새 3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이 다시 커지면서 가격 인상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급등은 메모리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AI용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PC·TV·가전 등에 쓰이는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서버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제시되는 등 '공급자 우위'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칩플레이션 충격은 노트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IT 기기 전반에서 가격 인상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조사들이 원가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정 부분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기기 가격 상승이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AI가 IT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되는 동시에, 가격 인상이라는 부작용으로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기기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9~5.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은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는 반면, 완제품 제조사들에겐 원가 부담과 수요 위축 압력으로 되돌아오는 '양면 효과'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핵심 부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완제품 업체들이 이를 흡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AI 기능이 확산될수록 고사양 부품 의존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어, 가격 인상 압력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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