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홍콩 ELS ‘설명의무’ 제동…금감원 제재 논리 흔들릴까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1.27 07:23  수정 2026.01.27 07:23

1심 판결서 ‘투자자 책임’ 명시…29일 제재심 앞두고 법리 충돌

은행 설명의무 범위 두고 법원·금감원 시각차 확인

개별 판결에 그쳤지만…과징금 2조원 정당성 논쟁 불붙어

홍콩ELS피해자들이 지난 2024년 3월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 법원이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 판단을 내리면서,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2조원 규모의 과징금 제재의 법리적 정당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해당 판결이 개별 투자자에 대한 1심 판단이라는 점에서, 오는 29일 열릴 금감원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가 과징금 조치안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27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최근 홍콩H지수 ELS 투자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가 판매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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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은행이 과거 지수 변동 추이와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설명 의무는 ELS 발행인에 적용되는 사항으로 판매사인 은행에까지 확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 예측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는 점도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감독원이 홍콩 ELS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은행권에 최대 2조원 규모 과징금을 예고하며 핵심 근거로 삼은 ‘설명의무 위반’ 논리와 결을 달리한다.


금감원은 손실 위험 분석 기간을 임의로 축소하거나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누락한 행위를 불완전판매의 결정적 근거로 제시해 왔다.


금감원은 이번 판결이 제재심 판단에 미칠 영향에 선을 긋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행정과 민사는 영역이 다르고, 1심 판결은 사안별 판단”이라며 “1심 판결만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제재심을 뒤집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DLF 사례에서도 엇갈린 법원 판단 속에서도 제재는 진행됐고, 이번 1심 판결에 큰 의미를 두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역시 이번 판결이 곧바로 제재 수위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감독당국의 판단 기준과 법원의 시각 차이가 확인됐다는 점에는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적인 신호가 하나 나온 정도이지, 이 판결 하나로 제재심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완전판매 판단 기준과 과징금 산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과거 ELS를 13차례 투자한 고객이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라며 “이를 근거로 제재심에서 불완전판매 자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설명의무의 적용 범위를 두고 금감원과 법원의 판단이 다르다는 점은 감독당국도 무시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민사 소송 결과가 누적될 경우, 감독당국의 판단에도 점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일 사건만으로는 어렵지만, ‘투자자 책임’을 강조한 판결이 하나하나 쌓이게 되면 감독당국도 제재 수위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판결문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9일에 열리는 금감원 2차 제재심으로 과징금 조치안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DLF 사례에서도 제재심이 여러 차례 열렸다”며 “이번 역시 29일 회의에서 끝날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말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홍콩 ELS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 조치안을 사전 통보한 상태다.


결국 이번 법원 판결은 금감원의 제재 논리를 당장 뒤흔들기보다는, 감독당국과 은행권 간 법리 공방의 변수를 하나 추가한 사건으로 보인다.


소비자 보호 기조를 앞세운 감독 논리와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한 사법 판단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29일 제재심이 향후 논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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