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올린 삼성 vs 용량 2배 늘린 애플… '칩플레이션' 생존 전략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3.13 11:15  수정 2026.03.13 11:26

메모리 가격 급등에 삼성은 가격 인상, 애플은 사양 확대로 대응

하드웨어 vs 서비스 수익 구조 차이… 같은 원가 압박에도 전략 엇갈려

칩 설계·조달 구조도 변수… 애플 ;자체 칩' vs 삼성 '내외부 병행'

‘아이폰 17e’ⓒ애플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 정국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행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일부 반영한 반면 애플은 동결 및 사양 확대로 생태계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이들 전략이 엇갈린 배경에는 하드웨어 혹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수익 구조와 프리미엄 라인업 비중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삼성 ‘250만원 폰’ 등장, 중화권도 인상 행렬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신작 갤럭시 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 대비 모델별로 최소 9만9000원에서 최대 29만59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최상위 라인업인 '울트라(16GB+1TB)' 모델은 기존 224만9500원에서 254만5400원으로 치솟아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에서도 '폰값 250만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중화권 브랜드도 속속 자사 스마트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오포(OPPO)의 서브 브랜드인 원플러스(OnePlus)의 에이스6(Ace6) 시리즈는 출고 가격이 16일부터 전작 대비 500 위안(약 10만원) 인상된다. 비보(vivo)와 아너(Honor) 등 브랜드도 이달 중하순 사이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 가격 도미노 상승 이유로 메모리 가격 상승이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D램과 낸드플래시는 전분기 대비 각각 50%, 90%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원가 폭등은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출고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샹하오 바이(Shenghao Bai)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2026년에는 스마트폰 소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보급형 스마트폰은 약 30 달러(약 5만원)의 가격 인상, 일부 프리미엄 플래그십은 150~200 달러(22만~30만원)의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칩플레이션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갤럭시 S26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초반에 사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의 완제품(세트) 가격 인상에도 수익성 개선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제조(DS)와 완제품 생산(MX) 사업부를 모두 보유한 삼성은 이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에 부품 수급 자체는 용이하지만, 지금처럼 반도체 시장가가 폭등한 상황에서는 낮은 조달 가격만 고집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증권은 올 1분기 삼성 MX/NW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으로 2조원 달성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4조3000억원)의 42% 수준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원가 부담 또한 가중됐다"고 말했다.


갤럭시 S26 시리즈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수직계열화의 역설'에 갇힌 삼성, 가성비 승부수 던진 애플

반면 애플은 같은 원가 부담에도 오히려 가격을 동결하거나 사양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하며 정반대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출시한 보급형 '아이폰 17e' 모델은 가격을 전작과 같은 99만원으로 책정했다. 기본 저장 용량을 전작 대비 2배 늘린 256GB부터 제공해 가격을 묶어두면서도 사양을 높인 '실질적 인하' 정책을 펼쳤다.


앞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아이폰용 저전력 D램을 공급하는 제조사들이 애플 공급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애플이 출고가 동결 승부수를 택한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애플의 과감한 행보에 대해 가격 문턱을 낮춰 iOS(애플) 생태계 뿐 아니라 프리미엄 위주의 안드로이드 진영까지 흡수하겠다는 '블랙홀 전략'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삼성 등 타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애플이 생태계 확장 정책을 펴는 배경에는 양측의 근본적인 수익 구조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애플의 2025 회계연도 보고서에 따르면 앱스토어 등이 포함된 서비스 부문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은 75.4%로 제품 부문(36.8%)과 2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보고서에서 "서비스 순매출 증가와 서비스 구성(Mix) 변화"가 서비스 매출총이익률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는 광고, 애플케어, 클라우드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앱스토어, 애플뮤직 등), 결제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며 제품은 아이폰, 맥, 아이패드, 웨어러블 및 홈·액세서리 등이 포함된다.


결국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원가 부담을 고마진 서비스 수익으로 상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가격 동결·사양 확대라는 '공격적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스마트폰 가격대별 메모리 비용 비중 추정 (2025년 1분기 ~ 2026년 2분기)ⓒ카운터포인트리서치
칩 설계 역량과 현금 동원력이 가른 '맷집'

칩 설계 및 조달 정책도 원가 구조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애플은 직접 설계한 '애플 실리콘(A시리즈 등)'을 TSMC에 위탁생산(파운드리)해 상대적으로 마진을 일부 절감할 수 있는 반면 삼성은 퀄컴 스냅드래곤과 자체 칩인 엑시노스를 병행 사용한다.


따라서 외부 비중이 높아질수록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작년 삼성전자의 퀄컴 등 모바일AP 매입액은 13조8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애플의 스마트폰 라인업이 가격 탄력성이 낮은 프리미엄 모델 위주로 구성된 점도 공격적 시장 전략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보급형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 사용자가 교체 주기를 늘리거나, 다른 저사양폰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이폰 라인업은 높은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꾸준한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실제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아이폰 16이었다. 이어 아이폰 16 프로 맥스(2위), 아이폰 16 프로(3위), 아이폰 17 프로 맥스(4위), 아이폰 17(7위), 아이폰 15(8위), 아이폰 16e(10위)가 톱 10에 랭크됐다.


반면 삼성 갤럭시는 A16 5G(5위), A06 4G(6위), S25 울트라(9위) 등 보급형이 상단에 위치해 원가 압박에 더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수익 구조 덕에 애플의 현금성 자산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2025 회계연도 기준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59억3400만 달러(약 54조원)이다. 시장성 유가증권 잔액을 포함한 유동 자산 규모는 1324억 달러(약 197조원)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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