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공개 D-1…SK하이닉스 시대 열리나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1.28 12:04  수정 2026.01.28 12:57

SK하이닉스·삼성전자 29일 실적 동시 공개…영업익 역전 가능성에 주목

HBM4 전략도 관심…엔비디아 공급망 주도권 판가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미지. ⓒ연합뉴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하루 사이에 갈릴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는 29일 같은 날 2025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다. 시장의 시선은 구체적인 실적 수치와 향후 사업 전략, 그리고 누가 더 높은 곳에 올라섰는가에 쏠려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9일 나란히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공개하고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SK하이닉스가 오전 9시, 삼성전자가 오전 10시에 각각 실적을 발표한다.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이 같은 날 연간 실적과 향후 전략을 동시에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잠정 실적을 통해 지난해 연간 누적 영업이익 43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이후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2% 증가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단일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메모리 업황 회복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숫자의 크기보다 더 큰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을 넘어설 수 있는가다.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약 44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록한 43조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실적은 물론, 전사 기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반도체 산업의 무게 중심이 뒤바뀌는 순간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의 질주 배경에는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있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E(5세대)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해왔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엔비디아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근 발언에서도 이러한 자신감이 읽힌다. 지난 26일 공식 출간된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 슈퍼모멘텀'에 실린 특별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하이닉스는 '스피릿(Spirit)'이 좋은 기업이었고 '독함'이라는 DNA가 있다"라며 "우여곡절을 견뎌온 언더독으로서 ‘독하게 비지니스 한다’는 정신이 기업을 유지한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복잡한 칩을 양산이 가능한 70% 이상의 수율로 만들어 낼 수 없고 HBM도 대역폭 성능과 수율을 동시에 맞춰야 한다"라고 "엔비디아 가속기의 두 병목을 없애는 건 아직까지 하이닉스와 TSMC만 해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행보는 공격적이다. 투자 전담 미국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에는 차세대 패키징 공장 신축을 결정하며 공급망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다. 단순한 HBM 판매 기업을 넘어 '시장을 장악하는 회사'가 되기 위한 진화를 꾀하는 셈이다.


반도체 패권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관건은 실적 발표 당일 공개될 HBM4(6세대) 전략이다. HBM4 전략은 SK하이닉스의 질주가 일시적 성과인지, 구조적 패권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할 분기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공급했으며 현재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맞춰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샘플 테스트 결과에 따라 실제 양산 시점과 엔비디아 내 공급망 주도권이 판가름 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을 각각 130조원, 110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25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하이퍼불' 국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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