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ELS 2차 제재심' 운명의 날
앞서 LTV 담합 판정도 이미 부담
"과도한 부과에 자본 건전성 우려"
홍콩ELS피해자들이 지난 2024년 3월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부로부터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LTV(담보인정비율) 담합 과징금 처분에 이어 수조 원대 규모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 심의를 앞두고 있어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홍콩H지수 ELS 관련 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홍콩H지수 ELS는 지난 2021년 이후 해당 ELS 판매 물량을 중심으로 지수가 급락하면서 3년 만기 도래 시점에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ELS 규모는 총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우리은행 413억원이다.
2차 제재심에서는 은행권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가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통보된 과징금 규모는 KB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하나은행 각 3000억원대 등 총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에 이들 은행은 과징금 규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감면이 가능하다.
은행권은 이미 진행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근거로 적극적인 소명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1일에는 시중은행들이 LTV 담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LTV 관련 정보를 교환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부당한 수익을 창출했다고 보고 총 272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 차원의 정보 교환일 뿐 금리나 수수료를 직접 담합한 것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정보 교환 자체가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과징금 폭탄으로 은행의 재무 지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부과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과정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징금 부과액의 약 6배에 달하는 RWA 증가 효과가 나타나 은행의 자본 여력을 압박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은행별 RWA가 최대 5000억원 가량 늘 것으로 내다본다.
RWA 증가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은행별로 약 0.04~0.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계산됐다.
자본비율이 하락하면 은행은 대출 공급을 줄이거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실물 경제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제재 규모가 조정될 여지가 생겼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은행의 행위를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투자자인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는 은행이 과거 20년 지수 변동자료 및 수익률 모의실험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어도 은행이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을 가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고 봤다.
그동안 금감원이 주장해온 과징금 부과 이유와 배치되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은행이 손실률을 축소 기재하거나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누락해,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해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징금 감면을 위해 자율 배상을 최대한 진행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제재심을 앞두고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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