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타 폐지…과기 산학계 “기술 혁신 강화” 기대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1.30 13:49  수정 2026.01.30 13:49

신규사업 착수까지 2년 이상 줄어

AI·첨단 신산업 등 골든타임 확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뉴시스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가 18년 만에 폐지됐다. 과학기술산업계는 국가 R&D 예타 폐지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9일 국가 R&D 예타 폐지법이 국가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가 R&D 예타 폐지로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국가 R&D 사업 착수까지의 시기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와 도약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과기한림원은 “그동안 R&D 예타 제도는 대규모 국가 재정 투입에 대한 사전 검증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연구의 본질적 특성인 불확실성·도전성·장기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신기술·기초연구·융합연구와 같이 성과를 단기간에 계량화하기 어려운 분야에서는 연구 착수 지연과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이어져 국가 연구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타 폐지 결정은 연구자 중심의 자율성·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R&D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연구현장은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미래 도전적 연구에 착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대규모 국가 R&D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토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한림원은 “R&D 투자가 단기적 속도에 치우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성·책임성을 강화하기 보완 장치로서 민간 전문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충분히 활용한 사전 기획 검토, 연구 유형과 규모에 따른 차등적·단계적 검증 절차, 체계적 성과 점검과 관리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R&D 예타 폐지 이후가 더 중요하다. 철저한 사전 기획부터 평가, 성과 관리까지 정교한 R&D 시스템이 마련돼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단기 성과 중심의 관행을 넘어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창의적 연구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도 산업계를 대표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산기협은 “그동안 대규모 국가 R&D 사업은 예타를 통해 사업의 필요성과 재정 투입의 적정성을 검증해 왔다. 그러나 조사 절차가 수년 이상까지 걸리기에 기술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고, 연구 착수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으로 예산 규모 500억원 이상의 국가 R&D 사업은 예타에서 제외되며 1000억원 이상의 사업은 사전점검 제도를 통해 심사 절차가 간소화된다. 기업은 예비타당성조사에 투입되는 인력·시간·비용을 절감하고 투자 전략 수립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산기협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바이오 등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국제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연구개발 착수 시점이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도 개선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산기협은 이번 조치가 중소·중견기업 기업부설연구소와 지역 기반 R&D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기협은 “예타로 인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컸던 지역 혁신 사업과 소규모 연구 조직의 국가 R&D 참여 기회가 확대돼 산업 혁신 기반이 보다 폭넓게 구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의 속도와 연속성은 중요한 경쟁 요소”라며 “이번 제도 개선은 연구 공백을 줄이고 기술 경쟁력 저하 위험을 완화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기협은 앞으로도 기업 연구개발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R&D 정책 환경 조성에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그동안 R&D 예타는 평균 2년 이상 소요되는 절차로 인해 적기 투자가 지연되고 특히 양자기술 등 전략 분야에서 선도국과의 격차를 크게 하는 뼈아픈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500억원 이상 대규모 R&D 사업이 예타의 문턱을 넘어섬으로써, 우리나라는 비로소 글로벌 기술 속도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과총은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예타 폐지 찬성 84% 이르는 연구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정책적 결실로 맺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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