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조건부 유보’…독립성 훼손 우려 반영
대통령 인지수사권 언급 후 급물살…특사경 확대 논의도 금감원 쪽으로
금융권서 ‘실세 원장’ 인식 확산…권한 확대에 따른 부담론도 병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5년 9월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 유보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 논의에서 잇따라 유리한 국면을 맞으며 당국 내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좌우할 사안들이 잇따라 금감원에 우호적으로 정리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실세 원장’으로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조건부로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공운위는 금융감독 기구에 대한 민주적 통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공기관 지정 시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금감원 운영 및 업무 전반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주무부처 중심의 현행 관리·감독체계와의 중첩으로 자칫 자율성과 전문성 훼손이라는 비효율적 결과가 초래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공운위의 결정에 안도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예산·인사·조직 운영 전반이 공운위 관리 지침에 따라 운영돼 통제 강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다만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는 대신 경영 공시 확대, 복리후생 규율 강화 등 공공기관 수준 이상의 관리·감독을 받는 조건이 붙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가운데)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지난 2025년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모습. 이찬진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권한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제도 개선 취지에 공감하며 총리실에 특사경 권한 확대 쟁점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특사경 논의 확대가 사실상 이 원장의 발언에서 시작된 셈이다. ⓒ뉴시스
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 논의 역시 금감원에 유리한 흐름이다.
그간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과정에서 인지수사권이 없어 대응 속도와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해왔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권한 비대화와 오남용 우려를 이유로 신중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인지수사권 부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융위도 금감원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찬진 원장의 존재감도 부각되고 있다. 이 원장을 ‘정권 실세’로 보는 시각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상황을 보면 이찬진 금감원장을 ‘실세’로 보는 시각이 금융권에 퍼져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며 “정부 내에서 조용히 소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이는데 이런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됐다는 것 자체가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사안들은 원장 개인의 의지라기보다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방향이 금감원장을 통해 구현되는 구조로 보인다”며 “그만큼 이찬진 원장이 정권 핵심 메시지를 전달·집행하는 위치에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실세’ 이미지가 금융회사에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고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세 금감원장’이라는 인식 자체가 금융사들에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권한과 역할이 확대될수록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통령 의중이 실린 과제들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다는 건 그만큼 성과와 책임도 함께 요구받는다는 의미”라며 “향후 금융위와의 역할 조율, 정책 후폭풍 관리가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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