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민간 규제 완화' 요구에도 정부 ‘요지부동’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법안도 국회서 표류
주택 공급 매년 감소…"정비사업 활성화 대책 나와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주택 공급 방식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 방식을 선호하면서 이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양측이 대립하는 사이 정부의 규제가 장기화하며 서울 내 정비사업이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발표 이후 상호 갈등이 커질 조짐이다. 공공 주도 공급을 추진하는 정부와 민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서울시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서울시는 이전부터 주택 공급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새 공급 대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규제를 풀어주면 그 이상의 효과가 날 것"이라며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집이 지어지기까지는 먼 미래의 일인데 정비사업과 같은 더 시급한 일을 놔두고 그것보다 먼 미래의 일에 집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가구 수를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리는 등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는 입장문에서 "서울 주택공급의 90% 이상은 민간의 동력으로 지탱돼 왔다"며 "서울에서 대부분의 주택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주체가 더욱 원활하게 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간 사업 속도가 공공 방식 속도와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민간 규제 완화가 지역 주택 가격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간) 용적률을 높이고 재개발과 재건축을 하면 입주하는데 7~8년 걸리는 만큼 오히려 공공 방식이 더 빠를 수 있다"며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으니 국회에 공론화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 개정안은 국회 문덕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도시정비법 개정안)'에는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수립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규제 완화가 담겼다. 다만 용적률 완화 대상에 공공정비사업만 포함돼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법안도 마찬가지다. 염태영·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을 70%로 낮추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관련 법안이 멈춰선 사이 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커지면서 서울 내 정비사업이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도 여전하다. 쌓인 규제는 많은데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주비 대출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여전한 만큼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선거가 끝나더라도 중앙정부가 여전해 민간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지지부진한 사이 서울 공급 물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분양 물량은 1만2654가구로 1년 전(2만7083가구)보다 53.3% 줄었다. 지난 2023년 분양한 2만3530가구와 비교해도 물량이 적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제는 민간과 공공 방식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공급 물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