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개편 후 재경부 위상 급락
“부총리가 AI에만 매몰” 내부 불만
부처 기싸움에 성과까지…사무관, 사기 저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가운데)이 5일 인천 소재 로봇 솔수션 설계 및 로봇 표준화 플랫폼 구축 기업인 브릴스를 방문해 제품설명과 생산공정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재경부)가 안팎으로 거센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통령실과의 정책 엇박자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편 이후 모호해진 역할과 부총리의 편향된 관심사로 인해 실무진들이 사기 저하를 토로하고 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두고 대통령과 경제 수장 간의 극명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내내 추경을 안 할 것은 아니다”라며 이른바 ‘벚꽃 추경’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경제 사령탑인 구윤철 부총리는 이틀 뒤인 2일 “현재로선 추경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시장에 정책적 신호를 보내면 부총리가 이를 수습하거나 부정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쇼크 등 긴급한 대외 통상 압박 상황에서도 구 부총리가 거시적 대응 전략을 내놓기보다 “오해를 풀겠다”는 식의 실무적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정무적 판단력이 도마에 올랐다.
재경부 내부에서는 구 부총리의 과도한 인공지능(AI) 언급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모양새다. 구 부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AI 신대륙’, ‘디지털 전환’ 등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 왔다.
구 부총리는 전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AI라는 신대륙은 우리 모두의 터전이 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사회 구석구석까지 AI와 기술혁신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겠다”고 시스템 개편을 예고했다.
문제는 고물가·고금리 등 당면한 거시경제 지표 관리와 민생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부총리의 관심사가 특정 기술 분야에만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 직원 A씨는 “경제부총리인지 과기부총리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내부 게시판에는 부처 개편으로 인사를 호소하는 글이 넘쳐나는데 부총리는 현실적인 조직 문제보다 AI 같은 추상적인 구호에만 몰두하고 있어 자부심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직 개편 이후 예산권을 가져간 기획예산처(기획처)와의 주도권 싸움은 실무진의 고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재경부의 권한은 축소된 반면, 대통령실의 돌발적인 지시에 따른 대응 업무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관 B씨는 “215(재경부)로 전화하면 안 받고, 214(기획처)로 전화하면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어 “기획처와 쪼개진 후 부처 간 협조가 전혀 안 되고 있는데, 부총리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어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더해 일상적인 업무뿐 아니라 최근 대통령실 긴급 지시에 따른 과도한 업무 역시 부담을 가중한다.
B씨는 “대통령실에서 특정 키워드가 던져지면 상황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무조건 성과를 내라는 ‘내리갈굼’식 지시만 내려오니 실무진의 사기는 바닥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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