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앞서 갈등만…합당 명분 퇴색
'대외비 문건' 유출 이후 갈등 증폭
鄭 "몰랐다"지만…반청계 의구심↑
원외서도 "李대통령 만만하냐" 대립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가 '합당 대외비 문건' 논란에 대해 발언하자 정 대표를 노려보고 있다. ⓒ뉴시스
합당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관련 논의 시작도 전부터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혁신당을 향한 민주당 합당 반대파들의 격앙된 비판에 혁신당도 원색적 비난으로 맞서면서 합당의 명분과 실리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민주당 실무진 측이 작성한 합당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며 '합당 밀약설'이 재점화 되자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민주당이 혁신당과 내달 3일까지 '5주 내' 합당을 완료하고, 혁신당에 지명직 최고위원 직을 내어주는 안 등을 담은 민주당 내부 문건이 보도되면서 당내 반청(反정청래)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내홍이 격화됐다. 정청래 대표는 몰랐다며 해명했지만, 반청계 지도부 인사들은 '밀약설'에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합당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동아일보는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이라는 민주당 내부 문건을 입수한 내용을 보도했다. 문건에는 △6일까지 혁신당과 사전 협상 △9일 합당안 최고위원회 의결 △10~19일 당원 토론회 진행 △20일 합당안 당무위원회 의결 △21~24일 권리당원 투표 △25일 혹은 27일 합당안 중앙위원회 의결 △27일 혹은 내달 3일 합당 신고라는 일정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 공보국은 이같은 내용이 지도부에 보고되거나 논의된 바가 없으며, 혁신당에게도 통지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청계 지도부 인사들은 정 대표가 아예 결론을 정해놓은 '답정너' 합당이자, '밀약'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면 반발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밀실 합의가 아니면 성립하기 어려운 일정이고, 밀실에서나 가능한 합의 내용"이라고 일갈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문건에 혁신당에) 최고위원 1석을 주겠다는 내용까지 있는데, 사실이라면 밀약을 한 것으로 전적으로 정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급기야 정 대표가 합당 추진을 멈추지 않을 경우 지도부 거취를 결단하겠다는 뉘앙스를 시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당원과 국민이 지도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정 대표가 멈추지 않으면 여기까지"라고 적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과 관련해 한 매체보도로 알려진 당내 유출 문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공개된 한국갤럽과 NBS 여론조사에서 '합당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금 합당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의) 필망 카드"라며 "합당을 우기는 건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혁신당은 전체적으로 2~3%, 수도권에선 1% 내외 지지율이고,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합당이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가 문건을 직접 공개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황명선·강득구·이언주 최고위원은 "당에서 작성한 문건인데 정 대표는 실무자가 만든 자료일 뿐이고, 보고된 적 없다고 했다"며 "지시자, 작성일자, 조 대표와의 논의과정, 지분 배분 조건, 혁신당에 지명직 최고위원 1석 배정 여부, 탈당자와 징계자에 대한 특례 조항 등이 사실인지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반면 조 대표는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밀약설 등 합당 반대파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어떤 밀약도 없는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혁신당과 나를 조롱·비방한다"며 "일부 극렬 합당 반대론자들은 합당 찬성론자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죽일 듯 달려든다. 민주당 내부의 의견이 다른 파를 쳐내고, 혁신당을 짓밟으면 지선·총선·대선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합당 내부문건 유출 파장에 앞서 양 당은 합당의 명분과 실익 논의와는 별개로 이미 '혁신당이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려는 것'(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 '정당 쇼핑 이언주가 숙주의 시작'(정춘생 혁신당 최고위원)이라는 등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조국 대표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벌써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우리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 차기 알박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춘생 최고위원은 과거 이 최고위원이 민주통합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전진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민주당으로 모두 7번 당적을 옮긴 전례를 들어 "정당 쇼핑을 다니셨다. 정체성이 도대체 뭐냐. 이 최고위원의 다음 숙주는 어디냐. 단언컨대 민주당은 아닐 것 같다"고 비꼬았다. 신장식 혁신당 최고위원도 이 최고위원을 향해 "정당을 숙주 삼는 원천 기술 보유자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상당히 이례적이고 당황스럽다"고 거들었다.
양당 원외 인사들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지난 2일 황현선 혁신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이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조국과 혁신당을 마음껏 할퀴고 있지만, 이 (합당) 싸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민주당이)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의 '성남 라인'으로 꼽히는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합당 문제는 당대당의 정치적 판단인데 왜 이 논의에 굳이 이 대통령을 끌어들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합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는 아무런 직접적 관계가 없음에도 '최대 피해자는 대통령'이라는 서술은 정치적 비약을 넘어 억지 끼워 맞추기에 가깝다. 이 대통령이 그렇게 만만하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정 대표는 오는 8일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과의 면담을 갖는다.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당내 갈등 양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달 22일 합당 제안 이후 초선·3선·중진 의원들과 차례로 만나며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지만, '당원들의 의견'을 앞세우는 당대표의 의사가 굽혀질 기미가 없어 당내 합당 반발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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