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오지급 비트코인 30억 이미 현금화…"부당이득시 배임 성립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695]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2.11 02:00  수정 2026.02.11 02:00

빗썸,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서 비트코인 오지급…일부 고객 처분·현금화

법조계 "2021년 대법 유사 사례, 배임죄 부정했지만…판례 구조적인 차이"

"오입금 비트코인 인식했다면 반환 전제 '보관자' 지위 인정…고의성 문제 돼"

"비트코인, 재물 인식 안 돼 횡령죄 적용 어려울 듯…민사 반환 책임은 성립"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회원들에게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1인당 2000원을 2000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송금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를 매도·처분한 고객에 대해 민사상 반환 책임과 형사 책임이 인정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책임이 성립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지만, 형사 처벌 가능성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7시 빗썸이 '랜덤박스' 이벤트 참여 고객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지급하려고 한 액수는 총 62만원이었지만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잘못 보내졌다. 빗썸은 사고 발생 35분 뒤부터 오지급 계좌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기 시작했으나, 이미 일부 당첨자가 비트코인 1788개를 발 빠르게 처분한 뒤였다.


빗썸은 매도된 비트코인 중 대부분을 원화나 다른 코인 형태로 회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 7일 새벽 4시30분 기준 비트코인 125개 상당(현 시세 기준 약 130억원 규모)은 되찾지 못했다. 여기에는 당첨자 수십 명이 본인 은행 계좌로 출금한 30억원가량의 원화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전날 빗썸에 검사 착수를 사전 통지하고 이날부터 정식 검사에 돌입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의 장부 관리와 자산 보관 기준 전반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점검회의를 열고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빗썸뿐 아니라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뉴시스

가상자산 전문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굿플랜)는 이번 오지급 사태에 대해 "2021년 대법원이 잘못 송금된 비트코인을 임의로 이체한 사건에서 배임죄를 부정한 판례가 있지만 해당 사건은 단순 착오 송금으로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며 "이번 사건은 이벤트 지급을 전제로 거래소와 실명 인증된 이용자 간 관계가 형성돼 있어 당시 판례와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벤트 지급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비트코인이 입금됐다는 점을 인식했다면 수령자는 반환을 전제로 보관해야 할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매도·현금화했다면 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고의성이 문제 돼 배임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비트코인은 현행 판례상 재물로 보지 않아 횡령죄 적용은 어렵고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책임은 별도로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대법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비트코인이 타인 전자지갑으로 이체된 경우 수취인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질 수 있으나 그 사정만으로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다"며 "또한, 하급심들은 유사 사건에서 비트코인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보기 어렵다며 횡령죄도 부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착오·전산오류에 따른 오지급을 인지한 뒤 매도·현금화 사실만으로 횡령·배임은 성립이 쉽지 않다. 장물취득도 재산범죄가 성립되는 경우 문제되므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2021년 대법 판결에선 비트코인에 대해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가상자산의 경우 보관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등 일반적인 다른 자산과 구별된다고 판시했다"며 "이 판단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재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서 배임, 횡령, 장물죄 등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지난해 대법에서 '비트코인의 보유자는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판시한 점을 언급하며 "비트코인의 재물성을 부인하고 있는 기존 대법원 판례는 추후 변경될 가능성 또한 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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