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정책 변수 속 태양광 산업 침체
머스크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상 공개
지상 발전 넘어 우주 인프라로 태양광 쓰임 확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월 9일 미 백악관에서 정부효율부(DOGE)라고 적힌 티셔츠를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태양광 산업은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공급과잉과 정책 불확실성, 실적 부진이 겹치며 시장에서는 이미 한 차례 지나간 산업으로 분류됐다. 신재생에너지라는 이름은 남아 있었지만 태양광이 다시 성장의 언어로 불리지는 않았다.
이 흐름에 균열을 낸 것은 실적이 아니라 상상력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태양광을 활용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태양광을 지상 발전원이 아닌 우주 인프라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태양광의 쓰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만들었다.
머스크는 다보스포럼에서 AI와 우주를 연결하는 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을 지목하며 2~3년 내 대규모 생산능력 확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스페이스X 경영진이 중국 태양광 기업들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 구상은 단순한 발언을 넘어 실제 기술 검토 단계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시장의 관심이 다시 태양광으로 이동한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이 이 흐름의 중심에 섰다.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이달 들어 70%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태양광 업황 부진 속에서도 한화솔루션은 2019년부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전략 제품으로 선정해 연구를 이어왔고 최근에는 파일럿 설비 가동 단계에 들어섰다. 초경량·고효율·방사선 내성 등 특성을 갖춘 차세대 태양전지는 우주 환경에 적합한 기술로 거론되며 머스크의 구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등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적이 갑자기 개선된 것도 업황이 반전된 것도 아니다. 다만 태양광이 다시 ‘어디에 쓰일 수 있는 산업인지’에 대한 질문이 바뀌었고 그 변화가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 지상 발전 중심의 산업에서 데이터센터와 우주 인프라로 수요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가를 움직였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머스크의 급격한 확장 구상에서 중국 공급망을 배제할 수 있을지, 차세대 태양전지가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태양광 산업의 실질적인 수익성 회복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흐름을 성장 선언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태양광이 ‘끝난 산업’이라는 판단이 섣불렀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업황이 식어 있을 때도 기술과 선택지를 정리해 온 기업만이 이런 국면에서 다시 이름이 불린다. 쓰임이 바뀌는 순간, 산업의 평가도 함께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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