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담합’ 제당 3사, 4083억 과징금…업체당 평균 ‘사상 최대’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2.12 12:00  수정 2026.02.12 12:01

CJ·삼양·대한제당, 4년여간 설탕 판매가격 담합

2021~2025년 8차례 걸쳐 가격 변경 폭 합의

대표급부터 영업팀장급까지 직급별 모의

공정위, 과징금 4083억…담합 역대 최대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음료와 과자 등에 들어가는 설탕 가격을 4년여에 걸쳐 담합해 온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이하 제당사)에 대해 4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담합 사건 중 총액 기준 역대 세 번째, 업체당 평균 부과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4년간 8차례 ‘짬짜미’…코로나 시기 국민 고통 외면


공정위는 B2B(사업자 간) 설탕 시장에서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담합한 3개 제당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83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사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했다.


이들은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맞췄고,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도 했다.


반면,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원당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것을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급별 모임 통해 은밀히 소통…조사 중에도 담합 유지


이들의 담합은 대표급부터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까지 직급별 모임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급, 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3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합의했고, 영업임원이나 팀장들은 많게는 한 달에 9차례나 만나 가격변경 시기·폭·협의 시가 등 세부 실행 방안을 모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높은 회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했다.


예를 들어 A 음료회사는 CJ가,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해 협상하는 식이다.


결국, 제당사들은 원당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고 반대로 원당가격 인하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들 업체들은 2007년에도 동일한 혐의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2024년 3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에도 1년 넘게 담합을 유지하며 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2024년 3월 제당사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2007년에 담합으로 처벌받은 바 있어 담합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해 실제 회합 및 전화통화 등을 통해서만 의사연락을 했기 때문에 현장조사 당시 명확한 합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제당사 간 가격 논의가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일부 정황증거를 확보했다.


공정위 담당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약 1년간 수요처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끝에 구체적인 담합 혐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약 7개월간의 추가 조사를 통해 담합의 전말을 밝혀내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서민 생활과 직결된 식료품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은밀하게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 담합을 적발해 최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높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상승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가격변경 추이를 지속 점검함으로써 담합 소지를 봉쇄하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조사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되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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