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비즈니스 시스템 갖출 골든타임"
한국 영화의 북미 시장 진출 방식이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기획과 제작 단계까지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창작자들이 할리우드 비즈니스 구조 내에서 직접 주도권을 쥐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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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의 제작사 스태넘(Stannum)이 최희서와 의기투합해 제작·출연한 독립 영화 '베드포드 파크(BEDFORD PARK)'가 대표적이다. 뉴저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 오드리(최희서 분)와 어릴 적 입양된 일라이(손석구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휴머니즘 멜로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북미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제42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거머쥐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이민자의 삶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는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낸 점이 평단의 높은 점수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영화제에서의 호평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도 이어졌다. 수상 소식과 동시에 북미 메이저 배급사인 소니 픽처스 클래식과 전 세계 배급 계약을 체결하는 결실을 본 것이다. 대형 스튜디오의 후광 없이 독립 제작사가 오로지 작품의 힘만으로 북미 메이저 배급망을 직접 뚫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한국 IP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 창작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 '부고니아'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2003년 개봉한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한 이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투자 배급사인 CJ ENM이 시나리오 개발부터 감독 및 배우 패키징까지 기획 전반을 주도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엠마 스톤이 주연으로 나선 이 작품은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프리미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성과는 시상식으로도 이어졌다.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색상을 포함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한국 원천 IP의 저력을 세계 영화 산업의 정점에서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는 단순히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한국 작품의 판권을 사간 차원을 넘어, 한국의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글로벌 창작진이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 산업의 영토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자본이 북미 관객을 직접 겨냥해 기획 단계부터 시장을 정조준한 모델도 있다. 순수 국내 자본 360억 원이 투입된 모팩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사례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예수의 생애를 그린 이 작품은 철저히 현지 시장을 고려한 전략에 따라 한국보다 북미에서 먼저 공개됐다.
'킹 오브 킹스'는 실관람객 만족도를 보여주는 시네마스코어 A+와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 98%를 기록하며 현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반응은 실제 흥행으로 이어져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 6000만 달러(한화 약 867억 원)를 달성했다. 이는 '기생충'을 넘어 국내 단독 제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한국의 기획력과 기술이 결합한다면 애니메이션 장르로도 영미권 시장에서 충분한 상업적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처럼 리메이크를 통한 IP 확장, 북미 타깃의 오리지널 기획, 독립 제작사의 영화제 경로 진입까지 진출 방식은 분명 다변화됐다. 관심은 이 다양한 모델이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는지에 쏠린다.
한 영화 관계자는 "콘텐츠의 경쟁력과는 별개로 할리우드의 복잡한 협상 구조를 이해하는 비즈니스 능력이 성패를 가른다"며 "실무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방에서 공들여 만든 과실을 남 좋은 일만 시키기 십상"이라고 꼬집었다. 일시적인 성과나 개인의 스타성에 기댄 예외적 사례로 남지 않으려면 산업 차원의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북미 시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 비즈니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골든타임"이라며 "대형 제작사를 제외하고 개별 제작사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우리 IP의 가치를 온전히 지켜내며 성과를 직접 챙길 수 있는 전문적인 비즈니스 지원 체계가 빠르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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